삼전측 과실로 인한 주인공(여준선)의 계약파기 요구에 의연히 대처하는 삼전 오너 형제들의 태도가 보통의 일반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가상의 소설속 기업이기는 하지만 괜히 글로벌 기업이 된게 아니라는게 오너 일가의 생각에서 느껴졌다.
또한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 위기 상황을 명분 삼아 오너 일가 형제들은 기존의 인력들을 절반가량 물갈이하면서 위탁생산 제품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갑작스레 사내 로맨스가 살짝 등장하는데...

"문제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거야. 생산이 중단되면 우리 역시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걸 저쪽도 아니까 말이야." "아." "결국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볼 거라는 생각으로 저쪽도 100을 내는 대신 70 정도를 낼 거야. 그 상황에 휘둘리면 우린 100을 받을 걸 70밖에 받지 못한다는 거지."
"그럼 100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130을?" "그래."
"100을 받으려면 130 이상을 요구하는 거야. 물론 그만큼 리스크는 커지지."
과한 요구는 판을 깨뜨린다. 그 경우 우리는 70도 아닌 0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을 깰 각오로 강하게 나가야 해. 100을 얻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직접적인 중단 사유는 불량 때문이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보다 깊은 데 있었습니다." 내 입에서 어제 직접 보았던 현장의 장면 장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작업자들의 농지거리. 말과 행동이 정확히 일치하는 행동들. 감시자가 온다고 하니 그제야 후다닥은폐하고 아닌 척하기 바쁜 그들.
그리고 그런 행동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이번 사태의 진짜 문제. ‘삼전의 자존심‘. "그것을 꺾지 않는 한 생산재개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내에 침묵만이 맴돌았다. "따라서 계약은 파기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계약을 추진했던 저 역시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모두가 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걸.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삼전이 아닌 유니콘의 직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여준선 그 사람이 우리 형제의 은인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야."
"아주 잘됐어. 언젠가는 짜내야 할 고름이었어. 그걸 빨리 짜낼 기회를 그 사람이 만들어준 거야."
"이번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 보자고. 어떤 게 썩은 고름인지를 알아야 한꺼번에 싹 짜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경호야. 시대는 자식들의 손으로 바뀌는 거야. 할아버지의 시대도 그랬고 아버지의 시대도 똑같아."
전격적인 위탁생산 중단, 그리고 유중호의 전격 유니콘 내방, 대대적인 숙청, 위탁생산재개. 그 모든 과정이 불과 10일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들이었다. 이로써 매직 서클의 가장큰 문제인 생산 문제는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제갈공명이야, 제갈공명. 다 틀린 일도 여 실장 손에들어가면 기똥차게 풀려 버리니까."
‘주식 상장‘ 유니콘이 그만큼 시장에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말인 동시에 지금껏 고생해왔던 직원들 모두가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게다가 상장이 되면. "자금 융통이 훨씬 쉬워질겁니다."
"현정이 좋아해요?" "…...아." 얼씨구, 취한 와중에서 할말 고르는 거 봐라? "현정 씨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에요. 제가 좀 그렇고 그런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현정씨는 그런 거 없어요. 그런 거 없이 절 너무 편하게 대해줘요." 그렇고 그런 건 뭔데? 역시 술은 위대하다. 술을 마시니까 속마음이 아주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난 알고 있다. 현대의 대한민국 사회는 교과서에 나오는 평등하기만 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돈의 레벨에 따라 계급을 단순화한다면 유경호는 왕의 자식이다. 그리고 왕의 자식은 평민과 맺어지지 않는다. 그 둘의 사이를 방해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동료가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친구가 좋은 연인이되고 뭐 그런 거죠." "여...... 연인?"
새로 마련된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유니콘과 삼전의 합작회사인 ‘벨로프‘의 신사옥. "사무실 멋지네요." "네. 신경 좀 썼죠." 녀석이 빙긋 웃는다. 이게 신경 조금 쓴 거라면 제대로 썼다가는 아주 미술관을 만들어 놓을 뻔했다.
엔진부터 바퀴까지의 핵심 구동부를 통칭하는 파워트레인. 그것이 시제품 제작 단계라는 건 정말 의외의 소식이었다.
"그렇지는 않아. 나름 시장의 주목을 받는 회사라서 한번 발을 담근 분야는 발을 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카피 제품은 결국 더 싼 카피 제품에 밀리는 법이니까.
"쉽지 않은 일이야. 한 조직안에서도 뭉치기 어려운 게 연구원이라는 종자거든. 서로 다른 두 회사 연구소라면 아주 문제가 많을 거야."
결국 협업의 핵심은 저쪽이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당근과 채찍에 있다고 봐야지.
"모든 게 당신의 업보입니다. 당신도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겠지요."
퇴근시간이 다 되어 날아든 업무지시. 두 후배의 안색이 칙칙하게 변했다. 하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패턴이다. 신문사라는 게 출근시간도 퇴근 시간도 기약하기 어려운 곳이었으니까.
"이놈들아! 이번에 실한 고구마 줄기 제대로 찾은 거야. 이제 잡고 뽑기만 하면 이따만한 고구마가 출출 나올 줄기라고."
일사불란하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측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을 잘 이용한다면 내 손엔 좋은 당근과 채찍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느껴야 할 것은 부담이 아닌 반가움.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한시도 망설일 필요는 없다. 일반인에 대한 관심은 길어야 며칠. 그러니 이제 막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이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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