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선 저자가 다이소를 창업하기 전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금의 다이소와 같은 사업모델들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를 손수 발품팔고 다녔던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다이소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해당 내용은 본인이 밑줄 친 부분을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일본기업으로 충분히 오해할만 했다는 저자의 가슴아픈 고백이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균일가 소매점은 언제 생겼을까? 무려 140여 년 전인 1879년, 프랭크울워스(Frank Woolworth)가 뉴욕에서 문을 연 ‘파이브센트 스토어‘가 세계 최초 균일가 소매점으로 알려져 있다.

울워스의 균일가 소매점이 큰 성공을 거두자 그 뒤를 이어 파이브 앤 텐(Five and Ten), 닉클 앤 다임(Nickel and Dime), 다임스토어(Dime store) 등 비슷한 점포들이 잇달아 생겨났다. 닉클은 5센트, 다임은 10센트를 의미하는 단어다.

바르셀로나, 알리칸테 등 지중해 연안 도시들은 눈부신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을 맘껏 즐길 수 있어 일조량이 부족한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다.

대나무 중에서도 특히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은, 땅밑에서만 4~5년간 수십 미터까지 오로지 뿌리를 내리는 데 집중한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어느 날 갑자기 뾰족 솟아올라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것 같지만, 이미 땅 밑에서 오랜 시간 든든하게 뿌리를 뻗었기에 지상에 나오자마자 쑥쑥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내실을 다졌어도 비바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마디를 만든다. 대나무에게 마디는 상처이고 시련이고 좌절이겠지만 그 마디가 곧 성장을 지속시켜주기도 한다.

특히 야노 회장은 물건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성격까지 급하다고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정신력과 의지력만큼은 정말 강한 사람이었고 본받을 만했다.

그는 사업을 하다 7번을 망하고 8번째 좌판부터 다시 시작해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니 일을 대하는 각오 또한 비장했다. 또다시 실패하면 할복자살하고 말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그의 꿈은 자살하지 않고 제 명대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냉정하고 집요했다. 특히 상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했다.

"어디서 이런 쓰레기를 가져와요?"
샘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담당자가 보는 앞에서 심하게 모욕을 주기 일쑤였다.
평소에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면도 많았지만, 상품을 고를 때만은 눈빛이 달라졌고 성격도 예민해졌다. 그러니 웬만한 업체들은 그런 그를 견디지 못했다. 

수많은 업체가 납품을 시도했지만 야노 회장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는 업체는 몇 곳 되지 않았다.

야노회장은 ‘이런 걸 팔겠다고 가지고 온 거냐‘며 가혹할 정도로 퇴짜도 많이 놓았다. 하지만 참았다. 아니, 참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인생에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나를 참게 했다.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일은 일로써 풀어가자고 마음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오기도 생겼다. 언젠가는 일본 다이소보다 더 나은 균일가숍을 내리라 마음속에 새기며 그와 만나는 시간을 나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나라마다 원가와 품질 경쟁력이 다르므로 국가별로 특성에 맞는 제품을 발굴했다. 이를테면 베트남에서는 고무나무 원료로 만든 주방용품과 세라믹 화병을, 태국에서는 유리 제품과 포푸리 방향제, 인도에서는 스테인리스 주방용품, 브라질에서는 도자기, 포르투갈에서는 코르크 제품, 스페인에서는 리사이클 유리, 영국에서는 커피 필터를 소싱했다.

비록 가격은 100엔 짜리일지라도 품질에 대해서만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저가 생활용품 소싱에 관한 한 누구보다 많은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기에 야노 회장과 그토록 오랜 시간 거래를 할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 다이소와 한국 다이소를 구분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일본 다이소는 주식회사 대창산업(大創産業)이 운영하는 100엔숍이다. 그러니까 상호는 ‘크게 번창한다‘는 의미의 대창산업이고, 브랜드를 ‘大創(대창)‘의 일본식 발음 ‘다이소‘로 표기한 것이다.

한편 한국 다이소의 상호는 (주)아성다이소이고 브랜드가 다이소다. 앞에서 밝혔듯 ‘아성‘은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러니까 일본 다이소는 일본식 발음으로 다이소산교(대창산업)이고, 한국 다이소는 (주)아성다이소 다. 별개의 두 회사지만 다이소산교가 지분출자를 하면서 다이소란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하게 되었다.

독자의 혼란을 줄이고자 일본 다이소는 ‘다이소산교‘ 로, 우리는 ‘아성 다이소‘ 로 표기를 통일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거 정말 1,000원 맞나요?"

다이소산교에 버블붕괴가 천우신조였던 것처럼, 아성다이소에도 외환위기가 기회였던 것이다.

야노 회장이 다른 경쟁업체에 물건을 납품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한국 균일가 숍에 대한 지분투자를 요구했었다.

야노 회장이 거래를 그만두자고 하면 언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 계약상 거래 보장같은 것을 할 수 없다면 지분투자라도 받아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스코이븐프라자는 아성코퍼레이션의 알파벳 약자인 ‘ASCO‘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은 브랜드명이었지만, 일반 소비자가 보기엔 좀 생뚱맞고 발음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다이소는 ‘다있소‘를 연상시키는 어감이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난 다이소라는 브랜드명 때문에 이후 혹독한 곤욕을 치르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100호점이나 낸 아스코이븐프라자를 다이소로 덜컥 변경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던 것같다. 이 브랜드명이 이토록 오랜 기간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줄 몰랐다.

만일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점포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적어도 그랬다면 오늘날 일본 기업이란 오해는 받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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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04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이소를 보니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던 샤꾸엔샵
생각이 나네요.

싸고 좋은 물건이 존재하
는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7-04 15:10   좋아요 1 | URL
싸고 좋은 물건이 과연 있을지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오늘 읽은 부분 중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다이소가 일본이 원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레삭매냐님께선 이미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100엔샵이 워낙에 유명했던지라 다이소같은 소매점의 원조가 일본인 줄 알고 있었는데 미국 뉴욕에 ‘Five cent store‘ 라는 곳이 세계 최초 균일가 소매점이라는 것과 더불어 유럽쪽에서도 이와 유사한 Retail(소매점)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일본의 100엔샵(샤꾸엔샵)도 결국 미국이나 유럽쪽에서 벤치마킹 해온거라는 걸 처음 알게 되어서 읽으면서 좀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