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에 대한 테스의 사랑은 이제 그녀의 숨이요, 생명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광구(球)처럼 그녀를 에워싸고 빛을 발해서 슬픈 과거를 잊게 했고,
그녀를 괴롭히려고 끈질기게 다가서는 어두운 유령의심과 두려움, 침울, 근심, 수치 을 물리쳤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광채 바로 바깥에는 이 유령들이 마치 늑대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이 거기서 허기져 굴복하게 만들 만큼 오래 버틸 힘을 갖고 있었다. - P637

정신적인 망각과 지적인 기억이 공존했다. 그녀는 밝은 빛 속을 걷고 있었으나 배경에는 늘 어둠의 유령들이 포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날마다 조금씩 멀어지다가 다시 다가서기를 반복하는 듯했다. - P638

숨기고 싶은 여자의 본능에 따라 그녀는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 P641

"크리스티나, 이걸 보면 말이야, 남들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지레 그런다고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걸 알겠지. 아, 정말, 본인 입으로 말해 주지 않았으면 이 아가씨가 어디에 앉아 있건 난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니까." - P646

이룰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그들은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 상태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명상적이었다. - P647

"그분은 너희들 가운데 한 명을 택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할 것 같아! 그분한테는 너희들이 훨씬 더 좋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아! 아!" - P652

"꼬리가 잡히니까 얼굴이 붉어졌는걸! 그런데왜 이렇게 싱거운 짓을 하고 있담! 실없는 소리는그만둡시다. 인생은 심각하니까."
"그래요. 아마 그건 내가 당신보다 먼저 알았을거예요."
그때도 그녀는 인생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 P660

테스는 이제 자기의 의지대로 해 보겠다는 생각을 접고 시간의 날개에 실려 날아가고 있었다. - P664

같은 인간들보다 자연 현상과 더 널리 교제하는 사람들이나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테스는 타고난 영리함으로 운명론적인 신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테스는 그런 사고의 틀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듯 애인이 제안하는 일을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쪽으로 변해 갔다. - P664

"착각한 거였나?"
다른 사내가 물었다.
"천만의 말씀. 다만 그 신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 P681

‘우리는 떠날 거야, 아주 멀리. 이곳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가서 살 거야. 그러면 다시는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과거의 그림자도 거기까지 따라오지는 못할 테니까.‘ - P682

 그녀의 욕망은 그토록 오래 저항해 왔건만 결국 그녀를 지루한 반성의 골목길에서 들어 올려 거기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 P694

‘이 격렬한 기쁨으로 인해 격렬한 종말을 보게 되리라‘고 했던 로렌스 신부의 말이 떠올랐다(《로미오와 줄리엣》 2막 6장_옮긴이). 그것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절망적이고 지독하고 격심하고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 P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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