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서 잠을 자는 일꾼은 몇 안되었지만 식사는 여럿이 함께했기 때문에 모두 모이면 활기찬 모임이 이루어졌다. 사실 그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정말 즐겁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도 무척 놀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보통의 농촌 사람들을 ‘촌뜨기‘라 불리는 가련한 멍청이쯤으로 상상했었다. 하지만 며칠 함께 지내보고는 그런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촌뜨기는 아무도 없었다. - P380
주인 가족과 일꾼들을 잘 알게 되자마자 화학 작용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파스칼의 생각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사람은 지혜로워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더 잘 인식하게 된다. 평범한 자는 사람들 사이의 아무런 차이도 찾아내지 못한다" - P381
"영혼이 빠져나가는 걸 아주 쉽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테스가 계속 말했다. "한밤중에 풀밭에 누워 커다랗고 밝은 별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그 별에 마음을 집중시켜 보세요. 그러면 자기 자신이 몸에서 빠져나와 수십만 킬로미터 밖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몸이 전혀 필요 없다고 느끼게 된답니다." - P388
"저 아가씨는 정말 신선하고 순결한 자연의 딸이군."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그는 그녀에게서 뭔가 낯익은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진로를 정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이기 전, 유쾌하기만 하던 과거로 그를 이끄는 듯했다. - P390
이른바 진보 사상이라는 게 사실은 대부분이 수세기 동안 남자와 여자들이 막연하게나마 파악하고 있던 감정을 가장 최근의 언어로 정의 내린 것 ㅡ무슨 ‘학(學)‘이니 ‘주의(主義)‘니 하는말로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 것ㅡ 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놀라움이 덜해졌다. - P402
그래도 아직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저 이상할 뿐만 아니라 인상적이고 흥미롭고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는 그 원인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험이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강도의 문제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다. 지난날 테스의 육체가 입은 상처는 그녀에게 정신적 수확이 되었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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