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모르는 작가의 책을 읽게 되면 제일 먼저 '작가 프로필'부터 챙겨 읽고 그 다음엔 목차를 살펴본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순서로 시작을 했다.
작가 '미사마 유키오'라는 사람은 참으로 사람 입맛을 자극하기에 그지 없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장성에 근무, 엄격한 어버지 몰래 쓴 다작들, 노벨 문학상 후보로 3차례나 거론되고, 죽음은 군국주의를 외치며 할복자살을...
간단히 삶을 요약해 보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시작도
'느닷없이 조신하지 못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좀 뭐하긴 하지만, 구라코시 세쓰코 부인은 아직 스물여덟 살이었으며 천부적인 관능미를 자랑했다.'...
로 '느닷없이', '조신하지 못한', '관능미' 라는 왠지 은밀함을 자극하는 단어들로 뜨내기 손님도 잡아끌만 하다.
벌써 이 한줄로 '불륜'이라는 소재로 쓰여질 작품의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혼자는든 미혼자든 대리만족을 차원에서라든가 언제 들켜서 풍지박산이 나나 하는 스릴감등등의 여러 이유로 '불륜'는 자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인데 작가는 이를 도덕적 잣대로 옳다, 그르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상황 자체를 지극히 '탐미'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유한부인인 주인공 '세쓰코'의 심리라든가 남편의 무심한 모습, 불륜 상대인 '쓰치야'를 관찰하고 느낀점이라든가, 주인공 '세쓰코' 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 상황의 묘사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리고 1957년의 작품같지 않은 현대적 문체는 번역가의 역량인지 아니면 작가의 재능인지는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최근에 갓 쓴 2007년도 작품인 듯이 느껴질 정도이다.
'작가' 자체의 호기심적인 논란을 제쳐두고서라도 작품 자체만으로도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