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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
카미유 로랑스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려 집어들었던 건 순전히 저자 프로필과 함께 있던
[사랑을 할 때는 책을 읽듯이 해야만 한다.
즉 착각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잘못을 깨달아가며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그것이 문학과 진정한 사랑의 공통된 장점이다.
가면을 벗기면 드러나는 맨 얼굴을 두려우하지 않는 것,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춤추는 뱀을 보고도 질겁하지 말 것.]
이라는 '본문 중에서'의 글 때문이였다.
'알랭 드 보통'의 메마른 듯, 건조한 듯한 분석적인 '사랑'의 정의를 보왔기에 그와 비교해서 여성 작가의 정의는 어떻게 내려질 지 궁금했기에 말이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증조할머니, 할머니, 어머니, 자신까지 4대에 걸쳐진 여성들의 애정사를 교차편집하면서 거기에 자신의 잃어버린 (의료사고로 낳은 지 2시간만에 죽은)아들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며 '그런것이냐, 사랑이?'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작가 내면의 소리를 적고 있다.
한 여성의 애정사, 가정사, 인생철학 등을 한권의 책으로 쓰기에도 부족할 판에 4명의 여성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거기에 애정사면 애정사, 가정사면 가정사, '사랑'이면 '사랑' 중 하나의 화두로 이야기 했으면 머리 복잡하지 않았을텐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권의 책으로 엮으려 해서 따라가기가 벅찼다.
여자들의 수다처럼 이 얘기에 갔다 저 얘기에 갔다 하며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 단어에 대한 고찰로 점철되지만 말이다.
나에겐 역자의 말처럼 '흡인력'이 있지는 않았다. 번역자는 오히려 흡인력이 있을수도 있다.
왜냐면 빈번하게 '언어의 유희'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원작을 읽으면서 그 단어들의 유희성을 즐길 수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나같이 '프랑스어'라곤 CF에선가 어딘가에서 살짝 스치며 들었던 '쎄시봉~~~'이라는 단어가 고작이고 그마저 뜻도 모르는 사람에겐 더더욱 걸림돌처럼 앞을 막았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고를 때 '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뭔가의 로멘틱한 내용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사랑'에 중심을 두는 프랑스적 정서가 기대했던 바를 무참히 깨서 더더욱 이 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는 다 읽고 난 지금의 해석으로는 '사랑이란, 소설 속의 텍스트, 삶 속의 언어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나에겐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