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단편'은 쓴 작가의 '엑기스'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형식상으로도 '단편'은 잘라내고 잘라내고 또 잘라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에 가깝게 그려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한 삶의 엑기스가 기저에 깔리고 거기에 문체, 사상등의 색깔의 엑기스가 섞이는 그야말로 농축된 무엇 되는 것이 '단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어떤 작가를 우연한 경로로 알게 되었을때 '단편'집이 있으면 먼저 읽게 된다.
먼저 '엑기스'를 맛보고 내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가늠하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있지만, '알고 보는 것이 더 재미있듯이' 그 작가의 성향, 문체, 사상등을 먼저 느끼고 다른 작품을 접하게 되면 더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수월하기에 곧잘 '단편'집을 찾게 된다.
이 작품은 반대로 '박완서'씨의 장편들을 먼저 읽고 작가의 이름에 신뢰성을 갖게 되어서 '맘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질릴 때까지 읽는' 나의 독서 성향으로 읽게 된 '단편집'이었다.
역시나 그녀 작품의 근간이 되는 지점을 찾은 듯한 기분이다.
'꾸미지 않는 담백함!' 그 속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