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알 - 13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작품의 난독성과 문체가 한 문장이 짧으면 반쪽, 길면 두 쪽에다 행갈이도 전혀 없고 긴 문장을 쉼표로만 이어간다던가 대사에 큰따옴표가 있는 곳이 있는 가 하면 없는 곳도 있고 오사카 사투리로 씌여 있어 일본 독자들조차 읽기 어렵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문체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의로 행갈이를 하고 읽기 힘든 복문은 단문으로 만들고 사투리도 서울말로 옮겨서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내용은 초경을 앞둔 초등학생 딸과 그녀의 어머니인 39살의 유방확대수술을 받으려는 마키코, 도코에 사는 동생인 화자 '나'의 아파트에서 보낸 사흘간의 이야기이다.  

초경을 앞둔 불안한 심리의 딸은 싱글맘으로써 생활을 위해 호스티스 일을 하는 엄마의 고단함을 보며 절대로 애는 낳지 않겠다는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모든 딸들의 심리를 얘기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입까지 닫아 말도 하지 않던 딸 미도리코는 성형와과에 다녀오겠다던 엄마가 자신의 아빠를 만나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서 자학하듯 달걀을 머리로 깨며 입을 연다. 

'왜 유방확대수술을 하냐고? 사실을 말하라고? ' 그 말의 의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의가 있었다.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태어났냐는...자신때문에 삶의 고단함에 삐쩍삐쩍 말라가는 엄마에 대한 연민과 함께 말이다... 

그런 딸에 대해 엄마인 마키코는 '꼭 이유가 필요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에 답이 되었을 지 모르지만 그녀는 딸과 함께 계란을 깼다. 

이 작품은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도 제시도 암시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맘에 들었다. 

인생이란 답이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 '당신들의 연애는 빈사'에서는 암시적으로 누구에도 주목 받지 못하는 우울하고 못생긴 여자가 나오고 광고성 휴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 남자가 나오는데 짧지만 역시나 위 작품의 '젖과 알'에서도 말하는 '삶의 고단함의 구질구질함'이 주된 이야기 였다. 

삶의 고단함은 여자에서 우아함을 빼앗아 간다. 

삶의 고단함은 예기치 않는 폭력성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삶이란 고단하고 구질구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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