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세상 사이에 목도리 같은 게 끼어 있는 기분이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 막는 담요 같은 게 있어.
예를 들면 어느 날 가게에서 꽃을 봤어.
수선화였는데 평소 나는 꽃을 좋아하잖아.
그러데 그때는 외계에서 온 물건 보듯 꽃을 멍하니 봤어.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어.
진짜 안 좋은 예를 들었나봐.
하지만 뭐든 현실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아.
내 말뜻을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16쪽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모든 게 머릿속 생각일 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앨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의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