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2월
구판절판


그냥......나에겐 전압 조절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종종 나에게 버튼 하나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
볼륨을 조절하는 버튼 같은 거 말이야.
나는 언제나 이쪽이나 저쪽으로 너무 멀리 가.
적절한 균형을 잡지 못해 언제나 일이 나쁘게 끝나.
내 성향이 그래......


-282-283쪽

네 말이 맞아. 우린 안 되겠다......네가 떠나는 게 좋겠어......하지만 너한테 잘 가라고 인사하기 전에 두 가지만 말할게. 첫째는 바로 그 인텔리에 관한 얘기야. 그들의 겉모습을 비웃는 건 쉬운 일이야. 그럼, 아주 쉬운 일이고말고......그들은 대개 몸이 빈약하고 힘도 별로 없어. 근육이 울퉁불퉁하거나 힘이 센 것을 좋아하지도 않아. 싸움을 할 줄 모르고 싸움을 좋아하지도 않아. 그들은 군화소리나 훈장이나 커다란 리무진 따위에도 관심이 없어. 그래, 그들은 만만해 보이기가 십상이야. 그들의 손에서 책이나 기타나 붓이나 사진기를 뺏으면, 그 어수룩한 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려.
하긴, 독재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대개는 그거지. 안경을 깨뜨리거나 책을 불태우거나 연주회를 금지하는 것 말이야. 독재자들은 그렇게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차후의 갖가지 말썽을 피할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만일 인텔리라는 것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주의력이 강한 사람, 경탄하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람, 세상 만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해하려 하는 사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어리석은 존재로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기꺼이 내가 인텔리라고 말하겠어. 그래, 나는 인텔리야. 그리고 인텔리인 내가 자랑스러워. 엄청나게 자랑스럽다고......네 말마따나 나는 인텔리이기 때문에, 화장실에 굴러다니는 네 오토바이 잡지를 읽지 않을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신형 BMW R1200 GS가 엔진의 점화 상태를 조절하는 작은 전자 장치가 있어서 품질이 낮은 휘발유로도 아무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와우-360쪽

"나에게 상냥한 말 좀 해주라."
"왜?"
"새해를 잘 시작하게 말이야....."
"싫어. 난 주크박스가 아냐."
"자아, 그러지 말고......"
그녀는 돌아서서 말했다.
"행주와 냅킨을 같은 서랍 속에 그냥 둬. 인생은 뒤죽박죽으로 어질러진 구석이 좀 있어야 재미있는 거야."
"나도 한마디 할까? 네가 새해를 잘 시작하도록 나도 뭔가 상냥한 말 한마디 해도 될까?"
"됐어. 아냐......어서 해봐."
"저기 말이야......네가 구운 토스트 기막히게 훌륭했어."-362쪽

그는 그냥 항복을 해버리고, 여기저기 긁힌 낡은 음반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어쩌다가 인생이 이렇게 꼬였을까?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쩌다가 인생이 이렇게 꼬였을까?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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