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을 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지켜 가며 살아왔을 뿐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폄하되어 버리는 일련의 것들도 누군가가 지켜 나가야 할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그저 순간을 살아가는, 모래성과도 같은 가변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한마디로 헛것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138쪽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지요. 더욱이 다른 대안이 없을 때는 말입니다. 만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지불합니다. 그건 살아가는 태도의 문제이니까요. 일정한 순간이 다가오면 삶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설정하게 됩니다. 설사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말입니다. 즉 이렇게 갈 것인지 저렇게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만일 배가 타버리고 없다면,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풍랑에 맞서야 할 겁니다.-142쪽
어쨌거나 이것만은 기억해 두게. 이 세상에 희생자의 묵시적 공모 없이 성공할 수 있는 함정은 없다는 것. 쥐새끼더러 쥐덫에서 치즈 조각을 찾아 먹으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이거야.-173쪽
사람의 심성은 가을날과 같다. 가을날 잎사귀가 떨어지듯이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꽃이 지듯이 세월이 흐르며, 구름이 사라지듯 총기도 사라지고, 햇살이 약해지듯 지성도 흐릿해진다. 햇살의 열기가 식듯 사랑도 식고, 강물이 점차 얼어붙듯 심장도 얼어붙는다. 우리의 운명은 이런 비밀스러운 씨실과 날실의 짜임새니......-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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