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피로 같은 거야. 시간이 잠깐 흘렀을 뿐인데 이 몸뚱이를 움직이는 모터가 나도 모르는 새 둔해져버려. 안녕, 잘 잤니? 하고 인사하고, 이 닦고, 아침밥 먹고, 아침햇살 받으며 역까지 걷고 하는, 그런 간단한 일들이 점점 힘들어지는 거야. 할머니는 낱말 하나하나를 고르듯 신중하게 설명해주었다. "아침에 하는 그런 일들은 나도 힘들어." "미도리야 그저 졸리거나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힘든 거겠지." 뭐,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것하고는 달라. 그냥 추진력이 모자란다는 느낌이야. 에이, 귀찮아, 하는 것도 아직 기운이 있을 때 하는 얘기지. 그보다 한결 덧없고 막연하고, 그러면서도 끈질긴 피로감.-25쪽
"주변머리가 뭐야?" 어린 내가 물으면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속물근성을 동반한 정신적인 힘."이라고 대답했다.-33쪽
개고기 먹는다는 말과 사람을 얕잡아 본다는 말의 겹침*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사람을 얕잡아 보는 웃음'이라는 표현을 똑독히 기억했던 것이다.
* 원문은 "人を食ろ." '남을 깔보다'라는 뜻의 관용어이다.-97쪽
난 이 순간이 제일 좋더라. 할머니가 말한다. 살아보니 뭘 시작하기 직전이 제일 좋아. 아주 새롭거든. 전혀 쓸쓸하지도 않고. 나는 배가 꽉 차기 직전이 좋더라, 하고 엄마가 말한다. 아아, 이제 곧 배가 꽉 찬다, 하지만 아직 조금, 꽉 차기 전에 아주 조금 여유가 있는, 그런 얇은 만두피 같은 순간이 좋더라.-105쪽
걱정 많은 사람한테 걱정이 모이는 법이야. 적당히 잊어버리는 게 좋아.-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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