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이 지나고 우리들이 더 성장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들의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게 되었을 때,
헤어짐이란 이렇게 쓸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보다 억제되고 가공된 공허함과 서글픔을 지닌 것으로 변질되어갔다.
아무리 아픈 이별이라도 언젠가는 극복되리라는 것을 아는 공허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사람도 언젠가는 잊혀지리라는 것을 아는 서글픔.
우리들은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면서 헤어지는 그 순간보다 오히려 먼 미래를 생각하며 이별을 아파했다.-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