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생각 파랑새 그림책 118
최순애 글,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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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는지 귀로 들어 배웠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노래 속에서 절로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언제 불러도 부를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노랫말 구절 어딘가에 그리움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일까?

불러도 불러도 이 애틋함은 쉬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오빠생각>은 1925년 최순애 작가가 쓴 동시에 작곡가 박태준의 곡으로 만든 동요다.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의 그리움을 담은 이 동요는 시를 쓴 최순애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문예 운동가로 활동했던 최순애 작가의 오빠는 고향인 수원에서 소년운동을 하다가 서울로 옮겨 방정환 선생 밑에서 소년운동과 독립운동을 하느라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았고 고향에 다니러 오는 경우도 드물었다고 한다.

"고운 댕기 사다 주마"하고 서울로 떠난 오빠.

그리고 소식조차 없는 오빠를 기다리는 소녀의 애틋한 사연이 실제라 하니 좀 더 뭉클해진다.


 

바윗돌 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엄마 마중]과 [메아리], [들꽃아이]를 그린 김동성 작가의 그림이다.

사실 김동성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체가 좋아 이 책은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그리고 책을 만나고.. 시 한 소절 한 소절이 아름답게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따뜻하고 은은한 색감이 동요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물론 정서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 하였다.    

   

 

 


먼저 책 표지를 넘기고 면지 가득 펼쳐지는 마을의 모습에 눈길이 머물렀다.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듯 한 마을의 정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초가집이 즐비한 마을에는 봄준비가 한창이다.

밭을 가는 농부들도 보이고 광주리에 새참을 이고 가는 아낙의 모습도 보인다.

한복차림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1920년대를  살펴볼 수 있다.

점점이 아늑해지는 초록의 향연,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아련해 마치 한국화를 보는 것 같다.

 

 

 

  

모내기를 마친 논길 위에 말을 끄는 오빠와 그 뒤를 따라 가는 엄마와 누이가 보인다.

논에서 울던 뜸북새가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가고..

이른 새벽인가?! 뿌연 빛이 꼭 안개처럼 보인다.

 

 

 

 

 

뻐꾹새의 배웅을 받으며 숲을 지나고 동구 밖 장안문 앞에 이른다.

아들의 손을 잡고 몸 조심하라 당부하시는 어머님의 몸짓이 무척이나 가냘프다.

 

 

 

 
누이는 추억을 떠올리며 오빠를 기다린다.

그리고 오빠 대신 먼저 찾아온 가을.

가을이 깊어도 서울로 간 오빠에게선 소식이 없고 흘러가는 시간만큼 그리움은 커져 간다.

 

 

 
간절한 기다림의 시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색과 그림에 마음은 한없이 애틋해진다. 

마지막 면지는 앞 면지의 배경 그대로지만 함박눈이 내린 풍경으로 하여 시간의 변화를 담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을 오빠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서정적인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에 좋겠다.

시대가 변해도 아름다운 우리 정서는 퇴색되지 않을테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보고 또 보며 감동을 되느껴볼 수 있는 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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