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밥 먹을 사람 - 단이 이야기 2 큰곰자리 17
신순재 글, 윰마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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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화사한 크레파스 표지그림이 귀엽다.

그림 속 아이도 동글동글, 식판에 있는 음식들도 동글동글, 모두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표지그림을 보면서 작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꾹 쥐고 색칠하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책 속에서 만난 단이는 우리 딸을 꼭 닮은 듯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인 단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랑 밥 먹을 사람>이란 제목을 보고 편식에 관한 동화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점심시간, 급식을 마친 친구들은 축구도 하고 병원놀이도 하는데 밥을 늦게 먹는 단이는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야 식사를 마친다.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린 단이는 엄마의 조언대로 싫어하는 음식을 먼저 먹어 보기로 하지만 그도 쉽지가 않다.

친구들이 놀 사람을 찾는 소리에 마음이 급해진 단이는 밥을 먹다말고 "나랑 밥 먹을 사람"하고 외쳐 버린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소리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단이 앞에 "나! 나!"하며 선생님이 손을 들어준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어주는 선생님은 단이에게 천군만마가 아닐까?

우르르 몰려와 단이와 선생님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무슨 놀이가 이보다 더 신날까? 우적우적, 맛있게 밥을 먹는 단이 모습에 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하는 공지원을 보고 단이는 자기도 씩씩하게 인사를 해야겠단 생각을 하지만 매번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은 단이는 자기와 다른 지원이가 너무 부럽다. 그리고 한편으론 샘나는 마음이 생겨 괜시리 지원이에게 쌀쌀맞게 대하고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어색해진다.

내향적인 성격인 나도 어린 시절 친구를 나와 비교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질투했던 적이 있었다.

부러움으로 끝나기도 하고 때론 팽하고 토라지기도 했던 거 같고.. 

소심한 줄 알았던 단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다. 단이도 씩씩한 아이였던 거다.  

동재혁이 지렁이를 들어 놀려대는데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지렁이를 들고 동재혁을 쫓아가는 공지원에겐 세상에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단이네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된 지원이는 화장실 가는 게 무섭다고 단이를 깨운다.

화장실에 함께 간 단이는 지원이에게 "귀신도 깜깜하면 무서우니까 화장실에 못 들어오지. 밤엔 꼭 화장실 불 끄고 쉬해! 알았지!" 라 속삭인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단이의 귀신퇴치법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진짜가 아니란 소리에 지원이는 그동안 산타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카드도 살펴본다.

아빠의 글씨와 정말 비슷한 크리스마스카드..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산타클로스가 있을까, 없을까?는 매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이 속닥이는 말이다.

초등학교에 가면서 아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우리집 어린이들은 선물 받고 싶은 마음에 그 말을 인정할 수 없단다. 동화제목처럼 '속고 싶은 마음' 그것인거다.

나도 속고 싶은 마음이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네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단이가 약하고 내성적인 아이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나? 망설이다가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무척이나 야무지고 사랑스럽다.

이야기 마지막마다 단이는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이다.

읽는 내내 단이에게서 딸아이의 모습이 자꾸 겹쳐졌다.

그리고 작지만 단단하고 야무진 단이처럼 우리 아이들을 믿어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 동화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란다는 것을 보게 된다.

부모 마음에 '어떻게 잘 할까?'걱정되고 늦는 듯 보여도 아이들은 제 역할을 다하며 때론 흡족한 듯 때론 좀 아쉬운 듯 하며 배우고 성장해 가는 듯 하다.

여덟 살 단이도 그렇게 성장하고.. 우리 아이들은 단이처럼 밝게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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