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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가 싣고 오는 이야기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70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화사한 책 표지 그림을 보니 봄이 온 듯 하다.
덩굴꽃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리고 [노랑이가 싣고 오는 이야기]라는 책 제목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고양이와 아이들 그리고 대머리 아저씨의 심상치 않은 표정이 재미날거 같다 싶었는데 딸아이가 저학년문고 시리즈라며 반갑게 책을 펼친다.
초록빌라 301호로 새로 이사온 동우는 또래 사내아이들보다 얌전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거기다 맞벌이하는 부모로부터 항상 듣는 말이 "낯선 사람을 조심하고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어도 안되고 누가 말을 붙여도 대답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 동우 입장에선 세상이 온통 무서운 사람들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낯선 동네와 학교에서 누가 먼저 말을 건네 와도 가슴이 뛰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일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동우는 짝꿍 유나의 당찬 모습에도 기가 죽고 반 친구들의 놀림에도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리고 302호 형이 아는 체를 해와도 아랫층 할아버지가 무얼 물어도 대답은 커녕 달아나기 바쁘다.
이런 동우에게 길 노랑이 고양이만 예외다.
한두 번 마주치던 고양이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자 동우는 '노랑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금세 친해진다.
친구없이 혼자 놀던 동우에게 노랑이는 자신의 속마음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편한 존재다.
그림에서도 항상 긴장된 표정으로 움츠려 있던 동우는 노랑이와 함께 있을 때만 커진 모습이다.
이제 매일 두 시에서 세 시 사이가 되면 동우는 노랑이를 기다리며 노랑이에게 줄 먹이도 챙긴다.
"무서운 201호 할아버지랑 못된 302호 형을 조심해. 너를 괴롭힐지도 모르니까 꼭 피해 다니라고. 내 말 알아듣겠지?" (P.48)
동우는 엄마 아빠가 했던 것처럼 노랑이를 걱정한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자리를 뜨는 노랑이가 궁금해진 동우는 노랑이가 어디로 가는지 몰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랑이와 놀아주는 302호 형을 보게 된다.
불량한 줄 알았던 옆집 형이 노랑이를 '나비'라 부르며 놀아주고 고양이를 싫어할거라 생각했던 유나할아버지가 '줄냥이'라 부르며 노랑이 먹이를 챙겨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우는 이웃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소통의 기회조차 없던 동우에게 노랑이는 그 문을 여는 계기가 된다.
동우는 이제 세상에 무섭고 나쁜 사람들만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자기 주변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노랑이가 싣고 오는 이야기는 그렇게 우리 이웃간의 소통과 이웃에 대한 관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우리 현실은 동우네와 다르지 않다.
동우네 엄마아빠처럼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과 말을 하거나 따라가지도 말고 누가 찾아와도 함부로 문을 열어서도 안된다' 이르게 된다.
'이웃을 보고 인사를 잘하고 어른께 공경해야 한다.'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이웃을 조심해야 한다', '아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가르치니 아이들에게는 혼동이 될 수밖에 없다.
동우의 상황을 보며 이웃과 어울려 지낼 때 필요한 지혜나 이웃이나 동물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 등에 대해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웃간의 소통 메신저가 된 길 고양이에 대해서도 따스한 이야기가 많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