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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물고기 (양장)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미스 반 하우트 지음, 김희정 옮김 / 보림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까만 바탕에 크레파스로 그린 듯 알록달록 화려한 물고기 그림이 시선을 끈다.
'행복한 물고기'라는 제목처럼 이 물고기는 정말 활짝 웃고 있다.
자기가 왜 웃고 있는지 금방이라도 재잘재잘 떠들어댈 것처럼 눈빛과 표정으로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표지에 그려진 물고기 말고도 이 책에는 스무 마리의 물고기가 더 있다.
생김새도 다르고 표정과 몸짓도 모두 제각각인 물고기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마리씩 나타난다.
그리고 물고기가 그려진 반대편 페이지에는 그 물고기와 연관된 감정들이 쓰여져 있다.
궁금해요, 떨려요, 용감해요, 수줍어요, 놀라워요, 슬퍼요, 화나요, 자랑스러워요, 샘나요, 사랑에 빠졌어요,
심술나요, 기뻐요, 어지러워요, 흐뭇해요, 무서워요, 당당해요, 깜짝이야!, 얼떨떨해요, 지루해요, 행복해요.
스무 마리의 물고기들과 스무가지의 마음들은 "내 마음이 지금 이렇거든요."하고 말하는 것 같다.
물고기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보자면 옆에 써진 감정단어들에 딱 맞다.
궁금한 물고기는 눈에 호기심이 가득 들어 있고 용감한 물고기는 작지만 다부지다. 슬픈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딸꾹하며 울것 같고 화가 난 물고기는 찌뿌린 눈쌀로 글씨도 흐트러져 써 있다. 샘이 난 물고기의 모르쇠표정이며 심술이난 물고기의 앙다문 입과 눈은 정말 못되 보여 사랑에 빠진 물고기의 편안한 표정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쭈뼛쭈뼛 비늘이 서고 눈이 튀어나올것 같은 깜짝이야 물고기는 얼마나 놀랐는지 이까지 떨어져 나갈 기세다.
척 보면 알겠다 싶은 이 그림들을 위해 미스 반 하우트 작가는 몇 주간에 걸쳐 수백 마리의 물고기를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보고 자신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만 계속 선택하는 방식의 작업을 계속 반복하였다 한다.
책을 보면서 한글 글씨는 누가 썼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글씨 또한 작가가 직접 한글을 연구하고 연습해서 썼다고 한다. 단순히 뜻을 전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그림처럼 선과 색에 변형은 물론 감정을 표현하려 애쓴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검정색 바탕에서 도드라지는 선명한 색색깔의 그림들에서는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당장 크레파스를 찾아 따라 그려보고 싶게 매력적이고 감각적인 물고기들이다.
또 아이들 눈높이의 그림들이라 각각의 표정을 가진 물고기들을 보며 아이들도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말로써 표현되는지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고기들의 천진난만한 표정들을 보면 꼭 아이들의 표정같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게 아이들의 마음이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현재 자기의 감정이 어떤지 물고기 그림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 책은 표지의 '행복한 물고기'로 시작해 '행복해요' 물고기로 끝이 난다.
아이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감정도 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