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중국 최초의 아동문학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3
예성타오 지음, 한운진 옮김 / 보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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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와 보리, 꽃, 배 등이 판화처럼 그려진 책표지 그림이 은근히 시선을 끈다.

소박한 듯 하지만 고급스럽고 그림이 전하는 차분한 느낌이 좋다. 

보림의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시리즈의 열세 번째 작품인데 '중국 최초의 아동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중국 아동문학의 기원으로서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 하니 앞서 읽었던 대표선들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출간되었어도 좋았을거 같다.


이 책을 쓴 예성타오는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작가로 무려 70여년 동안 창작동화를 썼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서 언어의 대가로 인정받았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권정생 선생님이 떠올려졌다.

먼저 시각적인 서술이 담백하게 이어지는가 하면 글들은 소박하면서도 겸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동화로 쓰고 있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이고 세상에 대한 비판 또한 날카롭거나 무겁지 않고 조곤조곤하다.

동화들을 읽다보면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듯 하기도 하고 말이다.  


책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깨달음을 담은 상징적인 작품에서부터 세상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느껴지는 작품 등 모두 19편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작품마다 일기처럼 작품이 쓰여진 날짜가 있는데 몇몇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 이야기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하얀 돛단배를 타고 뱃놀이를 떠난 아이들이 예기치않은 바람에 떠내려갔다가 낯선 사내가 낸 문제를 내고서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하얀 돛단배>, 엄마에게 예쁜 목걸이를 선물하고픈 팡얼이 구름, 달과 함께 노는 꿈이야기 <팡얼의 선물>은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담은 동화다.

이에 반해 <바보>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한 사내아이가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젖을 먹고 자라 여섯 살에 고아원을 나와 목수의 제자가 되어 일을 하며 겪는 이야기다. 아이는 다행히 순박하게 자랐지만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배움이 없었기에 바보라는 두 글자로 치부돼 버린다. 한 사람의 한 마디 말로 그리고 어수룩한 성격으로 인해 그의 진심이 다른이에게 '바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마음 아팠다. 마지막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왠지 씁쓸하게 기억되는 동화다.

<위험에 빠진 잉어>는 맑은 강에서 평화롭게 살던 잉어들이 가마우지에게 잡혔다가 자신들의 의지를 다하여 다시 강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좋은 친구와 평화만이 있다고 생각했던 잉어들은 위기를 겪으며 세상에는 슬픔과 고통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희망에 대하여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주제의 동화들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 1920년대 중국의 시대적 현실을 담은 동화로는 표제작인 <허수아비>를 들 수 있겠다.

허름하게 만들어진 외다리 허수아비는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온종일 들판을 지킨다.

그런데 그가 보는 세상은 슬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농사를 짓고 살지만 해충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친 할머니, 병든 아이를 데리고 배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엄마어부 그리고 가난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여자의 자살을 바라보며 허수아비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안타까워 논바닥에 쓰러져 눕는다.

사회 최하층에서 가난과 굶주림으로 허덕이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허수아비의 비애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동화였다.

순수함과 탐욕, 고통과 희망, 현실과 판타지, 예상타오의 동화에는 서로 대립되는 이 주제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다. 

아동문학가로서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할 아름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동화는 쉽고 몇 작품은 좀 난해하게 와닿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들과 문체라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이라면 단편 작품들을 읽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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