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나가!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68
임근희 지음, 박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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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들고 당당하게 서있는 아이가 바로 이 동화의 주인공 민규다. 

공부면 공부, 미술이면 미술, 운동이면 운동, 무엇하나 빠지지 않게 다 잘하는 민규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다.

하지만 이런 민규에게도 아빠의 장애는 극복하기 어려운 컴플렉스다. 

혹여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이 민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것이다.

 

유치원 다닐 때 아빠가 장애인이란 것이 알려지자 민규는 제 스스로 열등감에 휩싸여 힘들어 한다.

"사람들은 말이야 스스로 당당한 사람한테는 절대 함부로 못 대해, 괜히 남들 눈치 보면서 움츠리고 자신 없어하는 사람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당당하라고. 우리 민규는 충분히 그럴 만 하니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민규는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의식적으로 매사에 자신만만 하려 애쓴다.

그래서 인정도 받고 또 노력한 만큼 실력이 따라주게 되지만 그 당당함이 너무 지나쳐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민규의 이런 행동을 친구들이 곱게 봐줄리 없다.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최고라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을 쉽게 무시하는 민규를 친구들은 '잘난척 대마왕'이라 부를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고 친구들에게 비친 모습이 민규의 전부는 아니었다.

민규가 갖고 있던 착한 마음을 깨어나게 한 것은 오히려 그동안 민규에게 가장 많은 무시와 면박을 들었던 달호였다.   

달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민규의 속마음을 바로 보고 민규에게 먼저 다가간다.

"우리 누나도 사실은 착한데 밖에 나가면 엄청 센 척하거든. 말도 쌀쌀맞게 하고 잘난 척도 좀 하고. 착하게만 보이면 사람들이 무시한다나 뭐라나. 2학년 땐가? 우리 누나가 엄마, 아빠가 없다고 심하게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

민규에게서 누나를 떠올렸던 달호는 민규를 쉽게 이해하고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여태 아픈 부분을 꽁꽁 감추려 한 자신과 달리 솔직하게 가정사를 이야기하는 달호를 보며 민규는 적잖이 놀라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나누려는 마음을 갖는다.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인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책이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고 그것에 얽매여 있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볼 수 없었던 민규는 달호를 통해 이제 누구에게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을 것 같다. 그래서 잘난 척 괜찮은 척이 아니라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길 바란다.

밝고 경쾌한 2학년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림으로도 즐겨볼 수 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짜증내고 걱정하고.. 실감나는 다양한 표정그림은 만화처럼 귀엽고 재밌다.

상장을 받고 기뻐 춤을 추는 달호의 개구진 모습이 있는가 하면 때론 어려운 감정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상징적인 모습은 대조적이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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