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 우리 이웃 그림책 2
김혜원 글, 이영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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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돌아볼수록 미안하고, 고마워요.

암것도 모르던 내가 이제 참말로 우리 어매 사랑한당게요.'

책 첫 장에 쓰여진 작가의 글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이글을 보았는데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마음이 좀 다르다.

누구라도 책을 읽고서 이 글을 본다면 작가의 마음이 더 애틋하고 가깝게 다가올 것 같다. 

작가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한 경험으로 쓴 이 이야기는 작가의 실제 삶이기도 하지만 지극정성으로 자식들을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계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어기 충청 전라 어름에 쪼글 할매가 살았는디, 딸도 없이 아들도 없이 영영 혼자라.'

이야기는 충청 전라쪽에 홀로 사는 쪼글할매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페이지는 나물을 다듬다 말고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할머니의 방안 풍경이다.

이 장면을 보자니 문득 <넉 점 반>의 할아버지 가겟방이 생각났다.

이 책을 그린 이영경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이기도 한 <넉 점 반>, 할아버지 방에 비해 할머니의 방안 살림은 휑하고 소박하기만 하다. 

덩그러니 벽에 걸린 효자손이며 요 위에 놓인 베개 하나..

자식 하나 있었으면 하는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과 착한 성품을 이영경 작가는 텔레비젼 화면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와 가축과 온갖 짐승을 챙기는 할머니 모습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다.

 

지성이면 감천이랬든가,,

어느 날 하늘에서 씨앗 하나가 떨어지고 마당에 심으니 커다란 박이 되어 금금이가 태어난다.

금쪽같이 귀하다고 지어진 이름 금금이...할머니는 금이야 옥이야 딸 금금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하지만 할매가 쓸고 닦고 힘겹게 일을 할 적에도 금금이는 방안에서 태평하게 놀고 먹는 게 일일뿐.. 나이가 먹어도 좀체 자라질 않는 것은 비단 키 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할매가 치매기를 보이기 시작하고 금금이가 할매 대신 어설픈 살림을 시작한다. 

얼마나 어설픈지 밥이 칠층 팔층밥, 숯덩이밥, 떡답, 꼬두밥.. 때때마다 다르고 흰빨래는 검게 빨고 검은 빨래는 희게 빤단다.

살림솜씨가 나아질 무렵 이번엔 쪼글할매가 흔적없이 사라진다.

할매를 찾아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작은 아이였던 금금이는 할매를 찾아가는 도중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란다.

큼지막하던 신발이 어느새 발에 꼬옥 맞게 그려진걸 보면 빙그레 웃음지어진다.

이것 뿐만 아니라 금금이가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장면은 처음 쪼글할매가 텔레비젼을 보는 장면과 또 할매가 가래떡을 베고 있는 장면은 금금이가 가래떡을 베고 있는 장면과 오버랩되는데 서로 닮은 이 두 모녀의 모습에서 이영경 작가의 재치가 엿보였다.

 

마침내 낯선 동네서 극적으로 엄마를 찾은 금금이는 엄마를 업고 집으로 돌아간다.

금금이를 업어 키우던 쪼글 할매가 이제는 아기처럼 작아져 금금이의 등에 업혀 있는 장면은 좀 슬프고 아릿했다.

쪼글 할매가 제대로 먹을거 못먹고 힘들게 자식들을 키워낸, 지금은 힘없이 늙은 우리들의 어머니같아서다.

이제 치매인 쪼글 할매는 어린 아기로 금금이는 쪼글 할매의 엄마처럼 할매를 돌본다.

아무 걱정없이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돌봄을 받던 금금이는 엄마를 돌보며 비로소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둥둥둥 우리 어매 어화둥둥 우리 어매 오줌싸서 이쁘고 똥을 싸서 이쁘고,

어매도 나 키울 제 내가 이리 이뻤던가. 똥거름이 풍년이니 올 농사는 풍년일세."라고 말하는 장면엔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충청 전라 어름에 사는 쪼글할매 이야기는 고향이 서천인 작가님의 입말을 빌어 살아난 듯 하다.

'~는디', '얽어배기 찍어배기', '넌출넌출', '따수워'..

고향이 군산인 나에게는 익숙한 말도 많고 또 자연스레 입말처럼 글이 읽혀져 좀 더 친근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운율에 맞춘 노랫글처럼 글에 장단이 있어 우울함 대신 경쾌한 기분이 더해진다.

옛이야기 그림책을 보는 듯 정겨우면서도 무언가 가슴에 뜨끈한 것이 생겨나는 책이었다.

'치매 엄마 간병기'라는 묵직한 주제는 아이들이 혼자 보아선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면서 가족과 부모, 그리고 공경과 효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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