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쥐 위위 이야기

안녕, 난 위위야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2
거빙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4년 3월

유전공학이라는 소재를 빌어 현대 과학의 모순과 인간이 가진 이기와 탐욕을 별 거부감없이 보여주는 동화다.

쥐의 몸이지만 머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의 삽화에 그려진 작은 인간쥐가 혐오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성체가 된 것을 상상하면 그닥 반갑지 않을 듯 싶다. 

이렇게 유전자 조작이라는 과학의 산물로 탄생한 인간쥐들은 처음 애완용으로 사랑을 받다가 다시 사람들에게 버려져 지하 동굴에 모여 살게 된다.

지하 동굴은 쥐들의 은신처이자 이야기의 배경으로  쥐들의 습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한편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과 우리들의 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미친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슈퍼 지능을 가진 쌍둥이 펑펑의 비교실험 대상이었던 위위는 실험중에 일어난 폭발사고로 동생과 헤어져  지하 동굴로 들어온다.

검식사인 '은젓가락'의 수하가 된 위위는 '인간쥐 제 7호'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그로부터 음식에 든 독을 찾고 그것을 해독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 와중에 지하동굴에서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대왕쥐와 그것을 탐하려는 금강장사의 결투가 벌어지고 싸움의 승부에 오락가락하는 인간쥐들의 속된 지지와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대왕쥐의 공격이 벌어지기도 한다.

위위는 평범한 인간쥐였지만 여러 시련을 겪어가면서 성장한다.

처음 지하 동굴에 왔을 때 음식에 든 독극물을 맛보는 일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마침내는 독을 감별함으로써 다른 인간쥐들을 구하게 된다.

자신의 아내 달빛의 조각상을 만드는 데 인생을 건 은젓가락과 죽을 때까지 예술의 아름다움에 열정을 다하는 널빤지, 피리부는 노인과 춤추는 뱀을 통해 이 세상에 음식 말고도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재적 지능을 가진 '펑펑'과 고단백 활성 유전자가 주입된 '금강장사', 빠른 몸을 가진 '헤어스타일', 조각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은젓가락'처럼 이 책에는 미친 천재 과학자가 만들어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간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비범함이 아닌 평범한 인간쥐 널빤지가 보여준 따뜻한 인간성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든 끈끈이 나무판을 붙인 채 살아가는 널빤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 비해 항상 긍정적이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보살핀다. 위위가 케이지에 갇힌 담비들을 구하기 위해 주저없이 보트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던 용기도 친구인 널빤지가 보여준 사랑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미 담비의 말대로 인류의 가장 강한 무기란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인간쥐들과 어미 담비는 저마다의 사랑을 보여준다.

선택없이 실험실의 실험용 쥐였던 위위는 이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틀을 깨고 자신의 의지를  선택한 위위의 현재 모습이 이 책에서 말하는 도화원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