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냥꾼을 잡은 여우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0
진진 지음, 황보경 옮김 / 보림 / 2014년 2월
평점 :
[사냥꾼을 잡은 여우]는 여덟 편의 단편동화를 모은 진진 작가의 중국아동문학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하여 우화적인 느낌과 교훈적인 주제를 강하게 담고 있는데 이전에 읽었던 이솝우화와 유사한 점도 있지만 글이 좀 더 길고 이야기의 전개가 좀 장황되게 느껴지기도 했다.
먼저 <헤엄치기를 배우는 아기 오리>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제 막 헤엄을 배우기 시작한 막내 오리의 성장담을 쓰고 있다.
별 어려움 없이 헤엄을 배우는 형제오리들과 달리 막내인 꼬대는 무서워 겁을 낸다. 하지만 엄마오리의 응원과 연습을 통해 실력이 늘고, 마침내 용감하고 당당하게 헤엄치는 오리가 된다.
우리 아이들도 꼬대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어려움에 선뜻 맞서지 못하고 움츠러들 때가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결국 자신을 넘어서려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노력임을 이 동화에서 배울 수 있겠다.
두 번째 <용문을 뛰어 넘은 꼬마 잉어>는 앞의 동화와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
용문을 뛰어넘으면 큰 용이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에 꼬마 잉어들은 모험을 떠난다.
이들이 뛰어넘은 용문이 진짜 용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용문이나 용문저수지나 같다'하는 잉어들의 말은 자신들의 모험에 큰 성취감을 가졌음을 잘 보여준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 이렇게 자기만족과 긍정에서 시작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방진 수탉>은 그야말로 모든걸 다 갖춘 수탉이 거만하게 굴다 결국 아기 메뚜기에게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능력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뛰어나도 성품이 그르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은 커녕 외면당하기 쉽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 그리고 겸손함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남기는 동화인데 무엇보다 한입에 쏙 집어 삼킬만한 아기 사마귀에게 꼼짝 못하는 수탉의 모습은 통쾌한 재미를 준다.
네 번째 <사냥꾼의 혼을 빼놓은 여우>는 사자의 가죽을 쓰고 사자의 흉내를 내다 웃음거리가 되는 '사자의 가죽을 쓴 당나귀' 이솝우화와 비슷하다. 자신의 모습이 아닌 더 강한 존재의 겉모습을 빌려 현실의 나가 아닌 강한 나를 꿈꾸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는 듯 하다.
표제작이기도 한 이 동화는 표지그림에서처럼 총을 가진 여우와 총을 잃어버린 채 어쩔줄 모르는 사냥꾼이 등장한다.
소문이 소문을 낳아 정천산 바위에 그려진 여우 그림은 늑대의 모습을 한 괴물여우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게으르고 어리숙한 사냥꾼은 이 소문을 믿고 늑대 가죽을 쓴 여우 모습에 놀라 총을 잃어 버리게 된다.
"사냥꾼이 총을 잃어 버리고 맹수 앞에서 벌벌 떤다면 살아도 죽은 거나 다름없다" 던 노인 사냥꾼의 말처럼 사냥꾼은 여우에게 꼼짝 못하고 휘둘리는데 어리숙한 사냥꾼의 모습을 통해 우리 인간이 가진 여러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듯 느껴졌다.
이 동화 말고도 다음 두 편의 동화에 여우가 등장하는데 세 편 모두 보통 이야기 책에서 보아온 여우라는 동물의 이미지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간교한 말로 사람의 환심을 사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람을 속이는 여우 <포도로 닭, 양, 돼지를 훔친 여우 이야기>와 매번 자신의 욕심과 이익을 쫓아 남을 속이는 약삭빠른 여우가 주인공인 <교활한 여우와 멍청한 여우>가 그렇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듯 느껴졌고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근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여섯 번째 <사기꾼 이야기>는 다른 동화와 다르게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의 노력과 성실한 노동이 아니라 오로지 속임수 가득한 말로 남을 속이며 살아가고 그러다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맺는다.
자기 이득을 위해 가족, 스승을 속이고 심지어 자신의 부모까지 속이는 모습은 무척 씁쓸했다.
<활짝 웃는 새끼 까치>는 울지 않고 웃기만 하는 아기까치 이야기다.
새가 울지 않고 웃기만 한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컴플렉스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까치는 전혀 게의치않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그 일을 하며 행복해한다.
우리도 이상과 다른 내 모습과 현실에 부정하는 대신 내가 가진 능력을 나누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행복할거 같다.
게다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능력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가며 우리가 가져야할 정직과 신념, 그리고 용기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쓴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바른 가치관을 생각나게 할 듯 싶다.
착한 마음으로 진실되게 그리고 서로 나누며 용기있게 살아가는 것!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바른 마음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 여덟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