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이 - 중국 땅별그림책 10
전수정 옮김, 차이까오 그림, 포송령 원작 / 보림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아시아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북유럽 등 그림책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를 전하는 땅.별.그림.책 시리즈의 열 번째 그림책은 중국편의 [귀동이]다.

책을 읽고서 작가연혁과 자료를 살피니 이 책은 중국 청나라 초 포송령이 지은 <요재지이>에 수록된 민담을 그림작가 차이까오가 어린이 동화로 엮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란 뜻의 <요재지이>는 영웅과 협객, 기인, 여우, 도깨비, 요녀등에 대한 이야기 497편을 실은 단편소설집이라는데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등과 함께 중국의 8대 기서로 꼽히고 중국문학에 있어서 고전소설의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한다. 

중국의 무협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도 이 작품이 주 소재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천녀유혼'도 그중에 하나라고..

<요재지이>에 대해 좀 더 알고나니 속물 근성에 처음과는 다른 기대심과 왠지 친근한 마음이 보태졌다.

 

아빠가 집을 비운 어느 날 밤, 검은 그림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엄마는 평소와 다른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는가 하면 밤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서 웃다가 울다가 제정신이 아니다.

여우 요괴가 엄마를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된 귀동이는 요괴를 혼내줄 방법을 찾는다.

우리 옛이야기 서두처럼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내용에서도  닮은 데가 있다.

책을 보면서 여우누이, 구미호, 처용가가 떠올려졌는데 보통 우리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우가 여성인데 반해 이 이야기에선 남성이고 처용이 춤과 노래로 역귀를 물리쳤다면 귀동이는 아이답지 않은 대범함과 용기 지략으로 여우요괴를 물리친다.

아빠가 없는 사이 엄마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면 보통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인 나라도 문제해결은 고사하고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하고 허둥댈 것 같다.

하지만 귀동이는 벽돌과 석회로 창문을 막고 칼을 갈아 품에 넣고서 요괴를 기다리는가 하면 버려진 정원에서 여우요괴들을 정탐해 살피는데 두려운 기색이란 전혀 없다.

여우꼬리를 달아 여우인 척 하인여우에게 접근해서는 침착하게 이모댁에서 얻어온 쥐약을 술에 타 그들에게 먹여 죽인다. 

그리고 혹여 요괴가 눈치챌까봐 아빠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조심성도 갖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대가 아니라 귀신 잡는 아이, 귀동이다.

남과 다른 비범함으로 요괴를 물리치는 귀동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은 살아가며 겪는 여러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해소하며 주인공의 통쾌한 감정을 대리만족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그림은 기괴한 이야기에 분위기를 더함과 동시에 300여 년 전 중국의 옛문화를 보여준다.

왼쪽 페이지는 한 면 가득, 오른쪽 페이지는 중앙부에 그림이 구성되었는데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전해지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흑색배경은 불안감과 공포를 더해주고 인물 의상에 쓰인 원색을 통해 중국의 색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인물들의 표정과 화려한 의상과 문양, 머리 모양, 말의 꾸밈 장식들도 자세히 보면 볼수록 볼거리가 많겠다.  

가정집의 구조와 술을 파는 주점의 모습도 있고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와 책을 보는 귀동이와 곁의 아빠 모습을 통해 가정의 따스함도 느껴진다.

   

무서워 가슴 졸이면서도 이야기 듣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옛이야기의 가장 큰 재미일거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 무서운 옛이야기에 [여우누이]가 있다면 중국의 무서운 이야기로는 [귀동이]겠다.

포송령은 누군가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까? 아니면 그의 순수창작세계에서 귀동이가 탄생된 것일까?

혼자 이런 쓸 데 없는 상상을 해보며  300여 년 전 중국 청나라의 한 아이를 다시 만나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