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커다란 판형을 가득 채우는 굵직한 얼굴의 표지그림이 독특하면서도 끌림을 준다.

거기다 숨은그림처럼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 놀라고 당황된 표정이어서 어떤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표지를 열었다.

검은 면지를 넘기니 휘영청 달 밝은 밤... 사자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밤중에 나타난 사자를 보고 아이는 놀라지만 그것도 잠깐, 둘은 신나게 놀자며 아이들을 부른다.

 

신나게 놀자

머리를 흔들고 두 발을 구르고

펄쩍펄쩍 뛰어 보자,

뒹굴뒹굴 굴러 보자!

어깨춤을 추면서 신명 나게 놀아보자!

하늘까지 달려 보자

웃고 떠들고 소리치며

달빛 속을 달려 보자,

하늘 끝까지 달려 보자!

 

 

하나 둘 모여든 아이들이 이제는 사자와 어울려 춤추고 논다.

사자와 하나가 된 듯한 주인공 그리고 커다란 사자의 입과 갈기 사이에서 그야말로 펄쩍 뛰고 뒹굴 구르며 신명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순수하고 통쾌해 보이기까지 한다.

펜을 기본으로한 그림에 터치만으로 속도감과 생동감을 살린 움직임이 아주 실감나고 재미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자의 모습이 아니라 탈춤에 등장하는 북청사자놀이의 사자다.

탈춤은 현실 속 갈등과 불만을 마음껏 발산케 해주는 우리나라 전통 놀이다.

이 책의 사자는 아이들에게 상상의 친구이자 자아가 되어 아이들이 가진 억압과 고충, 어려운 감정을 달래주는 매개체가 된다.

 

 

어쩌면 단순히 아이들의 한바탕 신명 나는 상상놀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온몸으로 놀고 싶은 아이들의 열망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대의 아이들은 시간에 쫓기어 가장 바쁘게 살아간다.

이 책에서도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아이들만 잠을 자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 모인다.

마음껏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신나게 놀아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놀이터 대신 게임기와 미디어에 자기 에너지를 소비한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행복해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음은.. 부모에게 전하는 작가의 숨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기 치유 능력이 있다고 한다.

놀이에 목마른 주인공 아이는 상상을 통해 사자와 또 함께 어울려 노는 여러 친구들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역시 주인공처럼 자기 갈등을 해소하고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글이 없어도 그림만으로 그림책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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