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보림 창작 그림책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보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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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아이들보다 내가 갖고 싶어 구입한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이 책은 절판이라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보림에서 재출간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과 기쁨은 여느 것에 비할 수가 없었다.

은은한 빛깔의 책표지에 노오란 벙거지 모자를 쓰고 멀뚱하게 바라보고 이 꼬마를 본다면

혹은 책을 보게 된다면 채 몇 장을  넘기기 전에 이 책이 가진 잔잔하면서도 애련한 감동에 마음이 뭉클할 것이다. 

 

추워서 코가 새빨개진 아가가 정류장으로 걸어 나온다.

혼자 저벅저벅 동네를 걸어나오는 모습이 다부져 보였는데 전차 안전지대에 '낑'하고 올라서는 걸 보니 어리고 작은 아가다.

어른의 허리춤에도 안닿는 키를 보니 아주 더 조그맣게 느껴진다.

 

"우리 엄마 안 오?"

전차가 설 때마다 아가는 낯선 차장에게 다가가 묻는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무심한 대답을 남기고 떠나는 전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가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땅바닥에 낙서를 하고 푯대를 잡고 있거나 전차를 기다리며 쭈그려 앉은 아가의 행동은 앙증맞고 귀엽다.

아가는 '엄마 올때까지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는 친절한 차장 아저씨 말대로 

바람이 불어도 눈이 쏟아져도 꼼짝 않고 가만히 서서 마냥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혼자 남은 아이는 몇 번을 더 전차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을까?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긴 했지만 장갑도 목도리도 하지 않은 아이의 차림새가 마음에 쓰인다.

거기다 언제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은 또 얼마나 시리고 추웠을까?

아가의 엄마는 도대체 어디를 가신걸까?

 

은은한 색채와 소박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네 정서와 애련함이 담긴 그림책 [엄마 마중]은 두고두고 오래 보고픈 책이다.

글이 많지 않지만 짧은 글에서 아이의 콩닥거리는 마음이 또 애틋하고 안쓰러운 아가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떠올려지는 느낌은 아름다움과 따뜻함이다.

멋스럽고 세련된 그림과 포근한 색감은 이 동화를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마지막 장에서 한 손에 사탕을 쥐고 엄마손을 잡고 걷는 아가를 찾고는 마음이 놓였다.

펑펑 쏟아지는 눈과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걷는 이 두 모자의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재잘재잘 얼마나 하고픈 이야기들이 많을까?

사탕을 빨아 먹는 아가의 입속도 또 아가의 마음도 달콤하리라.

엄마, 엄마는 참 좋은 이름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보이지 않는 기운을 주는 존재이다.

엄마가 곁에 있는 지금, 눈 내리는 차가운 겨울밤조차 아가에겐 따뜻한 봄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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