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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탐험 -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마디아스 피카르 지음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3D 그림책' 타이틀 뿐만 아니라 [해저 탐험]이란 책 제목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바다와 달리 바다 깊숙한 해저는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신비로움에 가슴 설레이기도 하고 늘 탐험하고픈 동경심을 갖는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바닷 속을 그림책으로 탐험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라는 부제 대신에 '나, 혹은 우리 바닷속으로 가다'라는 부제를 갖고 말이다.
무심코 보면 큰 판형 외에는 여느 그림책과 별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고 나서 부터는 그림이 겹쳐 흔들려 그려졌고..
책에 딸린 3D 안경을 끼고 보면서 비로소 이 그림책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다.
(책 표지에 주인공이 낀 안경과 똑같은 3D 안경은 책을 읽는 동안 우리도 주인공과 같이 바닷속을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갖게 한다.)
마술처럼 지면에 그려졌던 그림은 옛 흑백영화의 영상처럼 살아나 손에 종이책이 아닌 입체물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은빛과 흑색으로 대비된 바다 곳곳의 풍경들은 살짜기 떠 있는 듯 하여 이제껏 봐온 책들과는 전혀 색달랐다.
등대가 있는 바닷가 마을, 문을 박차고 나오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짐 큐리어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잠수복을 입은 그는 기우뚱거리며 바닷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멋진 바닷속을 생각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가 처음 바닷속에서 본 것은 수북이 쌓인 쓰레기더미들이다.
첫대면이 좀 아쉬웠지만 어쩌면 바다가 갖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자연스레 보여주어 탐험과 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무성한 해초류와 산호초 사이를 지나 그는 다양한 물고기떼들과 함께 헤엄을 치며 바닷속을 살핀다.
사나운 상어의 공격을 받는가 하면 이내 '그것이 진짜 상어였을까?' 하는 의심을 주는 비행기와 거대한 고래, 가라앉은 난파선과 바다 바위언덕에 솟은 신기한 신전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만난다.
물이 샘솟는 해저굴을 지나 바닷물이 빠지는 신기한 문을 발견한 짐 큐리어스는 그 문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양면으로 펼쳐진 커다란 장면에서는 새로운 반전과 함께 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상상이 이어졌다.
집 밖으로 나와 바다로 들어갔던 그가 집 안쪽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그리고 바닷 속이 아닌 그가 사는 마을에 거대한 바다가 만들어진다.
현실로 돌아온 그에게 상상이 계속되어진다는 이야기인가?
상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게 어렵게 그 경게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듯 하다.
그의 집 문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이기도 하면서 상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곳이자 우리에게 현실이 곧 상상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글보다 오히려 글자가 없음이 책을 읽는 독자의 상상을 부추기는 데 한몫 거드는 거 같다.
만화를 보는 듯한 다양한 컷 구성과 펼침페이지, 3D 그림,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3D그림책이라는 것보다 나는 작가의 상상력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까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새로운 것들이 더 다양하게 펼쳐졌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조합하고 그림만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다.
또 이 책은 책을 보는 동안 상상의 즐거움과 더불어 바다에 관련해 더 많이 알고픈 지적 호기심을 줄 것 같다.
우리집 아이들도 해저에 사는 물고기들의 이름을 찾겠다고 책 보는 중간에 다른 책을 펼쳐놓고 그 책과 그림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분명 짐 큐리어스와 함께 탐험한 바다는 신비롭고 멋스럽긴 했지만 책을 다 보기 전에 안경을 몇 번 벗어야했다.
안경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좀 어지럽기도 했고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부분부분 살피면서 그림에 집중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었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게 보면서 색다른 이야기를 찾아 본다면 어떨까?
3D안경을 끼지 않더라도 이 책의 재미는 금방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