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비밀 - 쿠바로 간 홀로코스트 난민 보림문학선 11
마가리타 엥글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책 표지 제목 글 위로 쓰여진 부제 '쿠바로 간 홀로코스트 난민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이 궁금해 검색해보니 제 2차 세계대전중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한다고 한다.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정권을 장악하고 아돌트 아이히만을 비롯한 나치스들은 유대인의 경제적 말살과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시키는데 이 책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 놓인 한 소년의 행로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적 상황은 물론 전쟁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음악가였던 다니엘의 부모는 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털어 배에 탈 수 있는 표 한 장을 구한다.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지만 열세 살 소년에겐 너무 막막한 일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입항을 거절당한 배는 가까스로 쿠바에 도착하고 다니엘은 난민들을 위해 지은 임시 대피소에서 지낸다.

열대의 무더위, 모국어도 쓰지 못하고 돌아갈 집도 없는 난민의 삶, 거기에 부모를 향한 그리움까지.. 다니엘에겐 오로지 음악만이 위로가 될 뿐이었다.

그러다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계 유대인 다비드와 쿠바 소녀 팔로마의 도움으로 차츰 그곳 생활에 적응해간다.

난민 대피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팔로마는 난민을 이용해 상륙허가나 입국비자를 내주고 뒷돈을 챙기는 아빠 엘고르도를 감추며 지낸다.

집을 나가버린 엄마와 난민 수에 목숨값을 매기는 아빠를 보며 스스로를 저주받은 동화 속 공주라 말하던 팔로마도 다니엘과 다비드를 통해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기 시작한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쿠바는 일본인과 독일인을 체포하고 난민선의 상륙을 허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독일인 가운데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만 붙잡아 가는 상황으로 바뀌고 유대인인 부인 미리암을 위해 탈출했던 기독교인 마르크가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다니엘과 팔로마는 이들의 피신을 돕는다. 그리고 다니엘은 자기 이름과 같은 고아 아이를 찾아 자기가 겪었던 것처럼 아이에게 시간과 희망을 선물한다.

 

1939년 6월부터 1942년 4월까지 다니엘이 독일을 탈출하고 쿠바에 정착해 적응하는 약 3년간을 연작시 형태로 담고 있다.

시의 제목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시는 그들 각자의 독백처럼 쓰여져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나 개인사, 어떤 인물에 대한 소개나 심리등을 세세하게 적고 있어 마치 소설 한 편을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전쟁의 참상보다는 한 소년이 겪는 외로움이나 감정, 생각을 통해 전쟁의 폐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열세 살 어린 소년이 낯선 타국에서 홀로 겪었을 외로움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난민들이 생명을 지키기위해 두려움에 떨 때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기 배를 늘리려하는 부패한 관리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이란 어떠한 이유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의 시 중에 '오늘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내일이면/도피처가 필요한 사람들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란 문장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음악에 어울린다면 / 삶의 어던 부분이든 노랫말이 될 수 있다."말하는 다니엘.

혼란스런 시대를  견디며 자기가 가진 슬픔과 상실,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노래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다니엘을 보며 어떠한 고통과 힘듦도 다 이겨낼 수 있는 것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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