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들의 밤 그림책이 참 좋아 13
이수지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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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의 이수지 작가의 책이라는 것,

그리고 까만 바탕에 그려진 껑충 토끼들이 '엉뚱하고 오싹하고 발랄한 토끼들'이라는 책소개 글이 책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수지 작가는 [파도야 놀자]라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글이 없지만 막상 글이 없다는 막연함보단 그림에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신선했다. 거기다 또 신난 여자아의의 표정이나 발랄한 몸짓, 그림의 색채도 인상적이었다.

이후로 [그림자놀이]에서도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에서도 비슷한 기분이었는데 그림만으로도 내용은 물론 소리나 많은 상상들을 표현하는 작가인 듯 하다.

 

이 책도 '어느 뜨거운 여름날'이라는 첫페이지의 글 말고는 일체의 글이 없다.

그야말로 글자 없는 그림책.

사실 평소에 글자 없는 그림책은 일반 다른 그림책보다 잘 읽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그동안 글자 위주로 그림책을 보던 것과 달리 그림에서 내용을 찾으려 관찰하다시피하며 더 열심히 보게 된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보태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새롭게 각색되기도 하고.. 또 아이들의 수준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보태 그림책을 읽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뜨거운 여름날...'로 시작된다.

차 한 대가 지나가고 큰 길에 토끼 한 마리가 누워 있다.

'토끼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가?' 하는 걱정도 잠깐,, 책장을 넘기니 깜깜한 숲길에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가 들어선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고 있던 토끼가 트럭 앞으로 휙 뛰어들고 운전하던 아저씨는 부랴부랴 급정거를 하지만 어느새 트럭 앞으로 수많은 토끼떼가 나타난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긴장되는 순간, 정적을 깨고 토끼들은 갑자기 깡충 뛰기 시작한다.

한밤중 어두운 숲길에서 한 마리도 아니고 셀 수 없이 많은 토끼가 나타나 눈앞에서 떼로 달라든다면 어떨까?

페이지 가득, 토끼의 배만 크게 그려놓은 그림이 놀램을 넘어 두려움, 공포로 느껴진다.

'토끼들의 복수'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는 떼 지어 선 토끼들이 " 아이스크림 하나 주면 물러나 주지~"하는 듯 해 보인단다.

날이 밝고서 길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깨어난다.

맨 앞에 토끼가 길에 누워 있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아이스크림 트럭은 다시 출발하고 이를 지켜보는 토끼들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다.

이 장면에서부터 우리들의 궁금증이 더 증폭되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이야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토끼들이 있던 숲에 세워진 토끼표지판이 그 단서다.

토끼표지판을 보며 작가는 숲속의 토끼들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고 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토끼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에 이야기를 맡겼다.

처음 쓰러져 있던 토끼는 아저씨의 차에 치인 것일까? 아니면 아저씨의 트럭을 멈추게 하려고 그런 척 하고 있던 것일까?

그 많은 토끼는 왜 아저씨 트럭 앞에서 그리 뛰었던 것일까?

아저씨는 토끼떼들의 행동에 놀라 기절했던 것일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토끼들의 상상일까? 아니면 토끼가 자주 나타나는 숲길을 지나던 아저씨의 상상일까?

아저씨가 잠든 사이 아저씨 모르게 토끼들이 아이스크림을 가져온 것일까?

그림을 보면 볼수록 물음표가 자꾸 생겨나고 아이들의 상상도 점점 더 커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들은 지레 의심을 먼저 하며 보았다.

보통 그림책에서 본 토끼들은 따뜻하고 지혜롭고 친근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엉뚱하고 오싹하고 발랄한 토끼들이라 하니.. 

그 정체가 좀 궁금했다. 거기다 갈색빛 도는 토끼들의 표정이나 행동도 심상찮고 말이다.

또 이 책은 2003년 스위스에서 먼저 출판되었는데 책 제목이 [토끼들의 복수]였단다.

책 제목과 책소개 글에 쓰인 수식어와 그들의 생김새에 지레 의심을 하였던 것인데.. 책을 몇 차례 읽으면서는 앞전의 생각들을 배제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글자 없는 그림책의 재미가 바로 이것이겠지만...

함께 책을 보면서 즉석 이야기를 지어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떤 장면일까 추리하고 이야기하며 책을 읽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분명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나름의 스토리를 먼저 만들었을 것이다.

이수지 작가는 어떤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보았고  

같은 그림이더라도 각자가 보는대로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고 생각하는대로 보이는 대로 그때그때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해석하고 싶은대로 이야기는 얼마든지 만들어질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자만 읽거나 눈으로만 보는 그림책이 아니라 그림에서 상상하고 각자가 작가가 되어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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