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그랬어 - 여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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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 도토리 계절 그림책중에 가장 즐겨보는 책은 여름편인 [심심해서 그랬어]다.

아이들 학교 1학년 추천도서라.. 재작년에도 올해도 즐겨 읽게 되었는데 사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관심갖고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예전 내가 자라며 보았던 풍경들과 기억들을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마치 어릴 적 보아온 이웃집같은 돌이네집이며 초록으로 뒤덮인 들과 가까이서 보던 가축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다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책이다.

 

어쩌면 내 이전 세대가 살아온 풍경일지 모르지만 내 어릴 때가 떠올라 아이들에게 "엄마 어릴 적 여름은 이랬어~"하며 책을 든다.

책표지 그림에는 옥수수대에 꽃이 피고 파 대공에도 하얀 꽃이 둥그렇게 피었다. 

요즘에도 시골집 밭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괜시리 반갑다.

면지에서는 은은한 톤으로 그려진 수채화 풍경이 오래 전 우리네 시골집이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짚으로 엮은 지붕에도 호박잎이 자라고 담장에는 큼지막한 호박들이 달렸다.

더위에 지쳐 잎이 축 처진 것 하며 아이 손바닥같은 아주까리 잎에 익모초까지.. 웬지 어릴 적 보아온 이웃집 같은 그곳, 그곳에 이 책의 주인공 돌이가 산다.


부모님이 들일하러 가고 복실이랑 집을 보던 돌이는 뒷마당으로 나가 집에 있는 가축들에게 놀자 하며 염소 고삐도 풀어주고 닭장, 토끼장, 돼지우리, 외양간 문을 따준다.

펄쩍펄쩍, 깡충깡충, 겅중겅중, 푸드덕푸드덕

신이 나서 뛰어 나온 동물들은 돌이랑 놀아주는 건 고사하고 밭으로 달려 나가 온밭을 다 휘젓고 다닌다.

고추밭에는 닭이, 감자밭에는 돼지가, 배추밭에는 엄마 소랑 송아지가, 무밭에는 토끼들이.. '이게 웬 진수성찬이냐' 하고 먹느라 바쁘다.

쪼아먹고 파헤치고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그걸 지켜보던 돌이는 말리다 어쩔 줄 몰라 울음보가 터졌다.

심심해서 문을 연거 뿐인데.. 그야말로 뒷감당 안되는 날벼락!이 따로 없다.

잔뜩 망가진 밭이며 부모님께 들을 야단도 겁나겠지.

돌이는 울다가 울다가 나무 밑에 앉아 잠이 든다.

한바탕 울고나면 그냥 그대로 지쳐 잠이 드는 아이들의 모습 영락없다.

 

들일 갔던 엄마 아빠가 돌아와 다시 동물들을 우리에 몰아 넣으면서 동물들의 한바탕 소동은 그렇게 끝난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온 돌이는 엄마 품에 안겨 무어라 말할까?

울먹이며 책 제목대로 "심심해서 그랬어" 할라나?

돌이 곁에서 아빠는 팔짱을 낀채 웃고 있고 '무슨 일 있었냐' 하듯 무심히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돌이네 집은 다시 평화로와지고 밖엔 시원하게 장대비가 내린다.

어릴 적 마루에 누워 한없이 떨어지는 비를 보던 게 생각나는 장면이다.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시원하게 내리던 빗줄기.

돌이는 이제 심심하지 않을까?

 

이 책은 윤구병작가가 썼고 정교한 세밀화로 유명한 이태수 작가님이 그리셨는데 볼 때마다 혹 끌리게 되는 정감가는 우리 그림책이다.

우리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책으로 손꼽을 수 있겠다.

아이들이 친근해하는 동물들이 등장하고 '꿀꿀꿀, 꼬꼬꼬, 음매애, 매애애, 슥슥 삭삭, 매앰 매앰 스르르르, 우그적우그적' 하는 의성어나 ' 펄쩍펄쩍 깡충깡충, 의적의적 냠냠냠 , 토독토독' 같은 의태어 등이 많아 재밌게 읽혀진다.

누군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대로 글을 적고 스케치를 해놓은 것처럼 내내 실제같은 느낌이 드는데 누렁이 복실이, 파다득 날아오르는 닭이며 풀을 뜯는 염소나 까만 아기염소, 하얀 토끼나 겅중겅중 달리는 누런 송아지 그리고 채소밭의 다양한 채소들... 아주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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