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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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은지 꼭 33주년이 되었다.

33주년에 읽는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

이 책은 그날을 시작으로 광주 민주화운동의 기간동안 아이가 쓴 일기를 통해 광주 민중항쟁의 이야기를 담담히 보여준다.

초등 3학년인 큰아이는 처음 읽을 적엔 무심코 책장을 넘겨 보더니 그제는  책 제목이 날짜랑 같다며 신기해했다.

그날을 어떻게 이야기해줄까?

무어라 설명하고 아이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지만 스무 살 대학생때 다녀온 금남로와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이야기하며 그림책의 책장을 함께 넘겼다.

책을 다 읽고나서 아이는 처음 읽을 적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슬픈 내용이라 한다.

아이가 좀 더 크게 되면 슬픔 너머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고 기억해야하는 날이라 여기게 될까? 

 

1980년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쓰여진 일기에는 5.18 민주화 항쟁의 기간동안 한 가족이 겪었던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지만 작가는 민주화 항쟁에 관한 어떤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잊고 있던 그때의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그것이 과거에 '겪었던'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져 '겪고 있는 아픔'임을 느끼게 한다.  

역사란, 지난 시간을 거슬러 우리 민족의 시간을 알아보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당시 광주에 살며 고3이었던 작가는 처음으로 죽음과 가족들의 슬픔을 목격하고 이 이야기 또한 동네 친구의 이야기라 전하며 친구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적고 있다.

33년 전 나 또한 책 속 아이와 같은 초등 1학년이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도 남다르지 않음은 그것이 나의 역사이자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18일.. 친구 준택이의 장난감 총을 부러워하는 나에게 누나가 나무젓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주었다.

무엇이든 잘 만드는 요술쟁이 같은 우리 누나.

나는 누나가 참 좋다.

누나의 뺨에 뽀뽀를 하며 행복해하는 나와 가족.. 앞으로 가족에게 들이닥칠 불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5월 19일.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곧장 집으로 가라 하시고 다음날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하신다.

교실 옆으로 장갑차와 비행기가 지나가는 상황인데 아이들은 수업이 빨리 끝나는 것이 마냥 신난다.

성당에서 총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그곳에서 동네에 온 군인들과 진짜 총을 보게 된다.

굳게 다문 군인들의 표정 뒤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대비되었다.

준택이 할머니는 인민군들이 총을 쏜다고 걱정을 하지만 아빠는 인민군이 아니라 우리 군인들이 총을 쏘는 거라며 창문을 이불로 가린다.

밤에 들려오는 총소리와 대포소리.. 아빠는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다고 하셨다.

위험하니 집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어기고 누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나가야 한다고 했다.

 

5월 21일 수요일. 아침이 되자 총소리는 멈추었지만 누나는 사라지고 없다.

누나가 말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누나 대신 누나의 교복과 하얀 봉투가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5월 23일. 누나를 찾으러 나간 아빠의 바지엔 피가 묻어 있었고 아빠는 군인들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철망으로 막아서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도청광장으로 아빠는 다시 누나를 찾으러 나가셨다.

 

5월 24일.  누나가 트럭을 타고 마을에 왔다.

형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외쳤고 엄마 아빠가 울면서 누나 손을 잡고 집에 가자고 했지만 누나는  다시 트럭을 탄 채 떠났다. 

 

5월 25일. 누나를 찾아 아빠를 따라 간 곳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관을 보았다.

아저씨, 아줌마, 대학생과 고등학생 형들.. 무서운 관만 가득하고 누나는 어디에도 없다.

 

5월 26일. 엄마는 잠도 자지 않고 누나를 기다리며 울고 또 운다.

새벽이 되어 엄마와 아빠는 누나를 찾으러 나가셨다.

 

  

5월 27일. 친구들이 총놀이를 하자고 불렀지만 나는 이제 총놀이를 하고 싶지 않다.

총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5월 28일. 누나가 보고 싶다.

누나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33년이 지난 현재. 누나는 돌아왔을까?

장난감 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무서운 총과 그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여져 과거 5.18민주 항쟁의 아픈 상처를 사실처럼 보여준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며 책을 읽어주는 걸 보더니 아이 아빠는 이런 내용을 다루는 그림책도 있다며 새삼스럽고 다행이란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누나가 왜 집을 떠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읽은 책이었다.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의지는 감사못할 망정 잘못된 역사교육으로 5.18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른다.

거기다 얼마 전엔 '민주화'란 표현이 잘못 쓰여져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 날에 대해 바로 알고 일년에 한 번 5월 18일 만큼은 그 분들을 기리고 우리 사회를 생각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현대사 속에 5월은 참 슬픈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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