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떼루떼루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2월
평점 :
그림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관심갖게 되는 작가들이 있다.
이 책을 쓴 박연철 작가는 그의 작품 <어처구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고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를 읽으면서 더 한층 좋아하게 되었다.
글로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먼저 그림책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소재를 다룸이 신선했고 알까말까 싶은 우리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내주는 작가의 재치있는 글과 독특한 그림에 혹~ 끌렸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이 작가의 책을 보게 된다면 다음에 그의 작품은 쉽게 찾을 수 있을거 같다.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도 아이들 눈썰미로 알아냈으니 말이다.
톡톡 튀는 남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과 독특한 삽화 그림은 단번에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직접 인형을 만들어 사진으로 편집한 그림은 많이 보았지만 꼭두 인형극을 소재로 한 책이라니 캐릭터도 삽화 구성도 어떨까 궁금했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바느질도 하고 천연염색을 하고 또 꼭두인형의 색과 표정을 살리기 위해 붉은 소나무를 깎아 반입체 인형을 만들었다하니 더 기대되었다.
극의 흥을 돋고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산받이가 먼저 무대에 등장해 자기를 소개한다.
자기가 부끄럼이 아주아주 많다고 하더니 산받이 손가락이 살짝 꼬여 있는 게 눈에 띈다.
그런데 산받이 얼굴이 하하씨를 닮아서..^^ 그의 캐릭터처럼 능청스럽게 할말은 다 한다.
(산받이니까 당연히 그래야하지만..^^)
산받이가 무대 밖으로 사라지고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무대에 올라 산받이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박첨지는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안다는 말로 허풍을 떨고 오종종하게 생긴 박첨지의 손자는 자기가 여든 두 살이란다. 박첨지딸 피조리는 제대로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체를 톡톡히 하고 박첨지 부인 꼭두각시는 엄청나게 못생겼는데 자칭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다 말한다.
용강 사는 이시미는 청노새와 박첨지 가족을 차례로 다 삼키다 박첨지까지 삼키고 박첨지의 조카 딘둥이는 자기 삼촌을 거침없이 욕하고 몰아세우다가 동네 장사답게 박치기로 이시미를 이긴다.
딘둥이 덕분에 겨우 목숨을 구한 박첨지는 끝까지 잘난 척 자기 체면에 허풍을 떨고 딘둥이가 이시미 껍질을 벗기고 야광구슬을 빼서 제물포에 팔아 잘 산다는 말에 시샘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구하나 바르고 겸손한 인물들이 없고 어딘가 비틀고 꼬집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꼭두각시 놀음이 보여주는 비판과 풍자이지 싶다.
어쩌면 말장난같기도 한 이들의 대화는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이어지다 그렇게 끝이 난다.
이 책의 제목 '떼루떼루'는 다른 나라 말 같기도 하고 구슬처럼 작은 것이 굴러가는 모양말같기도 한데 사실 '떼루'는 전통 인형극에서 자주 쓰는 여흥구로 '얼씨구', '절씨구' 처럼 신난다거나 재미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정기 정가 정저꿍', '우여어' 하고 인물들이 등장할 때나 퇴장할 때 실려 있는 말이 그것이다.
평소 책에서 보지 못했던 대갈통, 똥구멍 이런 말도 아이들의 웃음을 자극하고 박치기로 뚝딱 이시미를 물리치는 장면이나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인물들의 모습이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삽화 속 인물을 상징하는 아이콘도 이야기 속에 사연이 있어 살짝 미소 지어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꼭두각시 놀이'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전승되오고 있는 전통인형극이라 한다.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를 그림책에서 펼쳐내고 이를 통해 옛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음이 좋다.
본래 꼭두각시 놀음은 장대인형을 배우가 아래에서 조종하는 인형극이라 하니 책에 딸린 종이인형으로 인형극 놀이를 해봐도 좋겠다.
'정기 정가 정저꿍', '우여어~', '떼루떼루' 시끌벅적 하겠지..
우리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며 알아가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