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만났어요 - 겨울 계절 그림책
이미애 글, 이종미 그림 / 보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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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첫 눈이 제법 내렸을 적에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눈을 굴려 눈사람도 만들고 서로 눈싸움도 하며 반나절을 놀았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잡아 보겠다고 강아지마냥 폴짝거리기도 했지요. 

하얗게 내리는 첫눈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환한 웃음으로 그렇게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으니 며칠 전의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온 산과 들, 마을이 눈에 수북히 덮여 있는 풍경, 그 속에 겨울을 신나게 즐기며 보내는 아이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만난 겨울은 친구가 되어 아이 곁에 함께 합니다.

바람을 불러 연을 높이 띄워주고 눈이 더 많이 내리도록 찬바람과 먹구름을 불러 주기도 합니다.

등 뒤에서 아이를 꼭 껴안고 언덕 아래까지 썰매를 태워주는가 하면 커다란 눈사람도 함께 만들지요.

종일 밖에서 함께 겨울을 즐긴 아이는 여태 논 것도 모자라 자기 친구 '겨울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 합니다.

아이에게 겨울은 춥고 긴 시간이 아니라 친구처럼 마냥 즐겁고 좋은 시간입니다.

 

내 옆에서

겨울이

함께 들길 걷고 있었어요.

겨울은

맑고 서늘한 손가락을 뻗어

들판을 가리켰지요.  

............................

 

흰 솔가지에서, 지붕에서

눈덩이 툭툭 떨어져 내리는

겨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저렇게 멋진 친구라면

내년 이맘때도

꼭 초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본문에서)

 

아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시적인 글로 아름답게 쓰여졌어요. 

예쁜 시어들도 많고 글이 무척 섬세해 글만으로도 충분히 머릿 속에 풍경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계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겨울이 가져온 자연의 변화가 고스란히 글과 그림 속에서 살아 있습니다.

겨울 청둥오리떼, 앙상한 나뭇가지와 푸른 바람, 바스락거리는 잎들과 바싹 말라붙은 풀줄기, 살얼음 얼린 계곡물, 창에 낀 성에와 처마 밑 고드름, 눈사람 가족들..

아이의 동선에 따라 보이는 마을 풍경을 통해 겨울의 정취를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데요..

이 책의 그림은 부드러운 먹선에 은은한 색조로 채색돼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포근한 느낌이 나요.
시골의 들판과 산, 바다와 마을 안까지 구석구석 담고 있어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가 놀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구요. 

 

눈 내린 겨울날의 기쁨과 설레임, 그것을 만끽해보고 싶게 만드는 우리 그림책입니다.

마침 '아이가 내년 이맘때도 초대하고픈 겨울'이 바로 요즘이네요.
이 책에서 보았던 겨울의 풍경과 겨울 바람, 겨울의 찬 공기와 소리들을 아이들과 직접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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