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먹나 The Collection 4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외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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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판형에 빨간색 책표지, 그 속에 제 몸을 동그랗게 하고서 꼬리를 문 뱀.

겉표지부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갖었는데요...

'누가 누구를 먹나'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그림책은 동식물의 먹고 먹히는 상황을 통해 먹이 사슬과 그로 연결되는 생태계의 순환을 보여 준답니다.

 

앞표지를 넘기면 붉은색 선으로 그려진 예쁜 동물 그림이 면지를 가득 채우고 있어요.
따라 그려보고 싶게 앙증맞은 그림은 쓰윽 쓱~거침없이 그리는 아이들의 그림처럼 단순하면서도 깜찍하지요.
면지그림은 그림책의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이자 예고편일 수 있어 아이들과 먼저 면지를 챙겨보곤 하는데 이번엔 서로 그림을 그려본다고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커다란 고래나 코끼리나 반대로 작은 무당벌레나 달팽이 모두 크기가 고만고만하네요.

별다른 이유없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짝 나름의 짐작을 해보게 됩니다.

 

이야기는 아주 짧은 문장 '꽃이 자라났습니다.'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선 수없이 많은 진딧물들이 그 꽃을 먹고 있지요.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고 할미새가 무당벌레를 먹습니다.
여우가 할미새를 먹고 여우를 삼켰던 늑대는... 어이없이 뒤집혀 죽어 있어요.

'늑대가 죽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늙었기 때문이지요.)' 이 문장에 큰 아이는 껄껄 웃어대네요.
누군가의 죽음이 생태계 속에선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순환이자 순리임을 유머스럽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죽은 늑대 위에 파리들이 우글거리고 다시 개구리, 개구리알, 물고기, 물총새, 물총새 알과 고슴도치, 수리부엉이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의 먹이 사슬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죽은 동물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가 수리 부엉이를 먹고 딱정벌레에서 살쾡이로 사슬이 이어진 뒤에 살쾡이 역시 너무 늙어 죽습니다.

그리고 살쾡이가 죽었던 자리에 꽃이 영양분을 받고 자라나며 이야기는 끝을 맺지요.

 

꽃이 자랐다 사라진 자리에 다른 꽃이 피어납니다.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먹고 작은 동물은 죽은 큰 동물을 먹으며 생명을 이어가고 동물과 곤충, 꽃과 식물 모두 서로 먹고 먹히며 자연 속에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먹이사슬이고 또 생태계의 순환입니다.
우리는 먹이사슬이라 하면 흔히 피라미드 형태를 떠올리는데 책에서는 여우 뱃속의 할미새, 할미새 뱃속의 무당벌레로 혹은 살쾡이 뱃속에 족제비, 족제비 뱃속에 뒤쥐, 뒤쥐 뱃속에 쇠똥구리처럼 쉽고 재미난 그림으로 그 내용을 재밌게 표현하고 있어요.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그림만으로 책의 내용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말이죠.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과 디테일한 그림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살리는 것 같아요.

참신하고 명쾌하다고 할까요?

하얀 면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흑색의 선그림과 붉은색의 글자는 시각적인 대조를 이뤄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아이들은 그 그림에 특히 동물들의 표정을 재밌어 하며 보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담고 있는 철학적인 주제까지도 쉽고 재밌게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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