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공주 그림책이 참 좋아 8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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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작가님의 그림책을 보다보면 그 안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많지만 그중에도 아이들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유의 동그랗고 커다란 얼굴, 서글서글한 미소.. 신간안내코너에서 이 책표지를 보고 단박에 최숙희 작가님의 책인걸 알았다.
그리고 찬찬히 보니 이 아이는 초면이 아니었다.

지난 봄 인사동에서 최숙희 작가 원화전에서 만났던, 우리 유주가 가장 예쁜 그림이라고 꼽았던 아이가 바로 모르는 척 공주로 태어나 있었다.

 

한밤중 공주는 잠을 자다가 사나운 용과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다.

이튿날 아침, 공주는 평소와 다른 집안 분위기에 모르는 척, 혼자 식사를 하고 또 혼자 블럭놀이를 한다.
공주가 블럭을 높게 천장까지 쌓자 높은 탑이 생기고 공주는 그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는 공주에게 작은 새와 생쥐, 꼬마용과 왕자님이 차례로 찾아온다.
공주는 부모의 다툼을 모르는척 하며 혼자 불안해 했지만 이들은 공주와 달리 자신의 무서움과 슬픔, 화를 마음껏 표현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주는 차츰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안정을 찾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사실은..... 사실은 나도 그래"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데 이들의 울음소리에 탑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엄마 아빠들은 싸움을 멈추고 달려와 이들을 데려간다.

 

아이들은  순수한 만큼이나 민감하기도 해서 엄마 아빠가 다투기라도 해 집안 분위기가 무거워지면 덩달아 움츠러들고 눈치를 살핀다.
거기다 어른들의 문제를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부모의 불화나 다툼이 주는 불안, 그것에 위축된 아이들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부모의 다툼이 아이들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책에서는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높은 탑'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곳에서 공주와 작은 친구들은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해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을 구한 것은 백마탄 왕자가 아니라 한바탕의 울음이었고 또 한걸음에 달려온 부모들이었다.

아이들의 울음에 그 높은 탑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부모의 갈등으로 생겨난 아이들의 불안과 긴장감을 어떻게 떨쳐내야하는가 주목하게 된다. 
모르는 척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무조건 마음을 닫는다고해서 해결되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표현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엔 부모가 항상 함께 할거라 이야기도..

오늘 뉴스를 보니 불황의 여파로 지난 8월 한달간 이혼율이 만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부의 다툼 사이에서 부모가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입장과 상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
부부의 이별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의 아픔은 어루만져 주고 살펴봐주는 게 부모로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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