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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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글 / 김세현 그림 / 낮은산

꽃샘바람이 부는 봄날, 산불이 났습니다.
동물들은 모두 먼 곳으로 달아났지만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 아래 엄마 까투리는 아홉마리 작은 새끼들을 보살피느라 불을 피해 쫓겨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덮치자 엄마 까투리는 저도 모르게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내 새끼들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몸을 되돌렸지요.
뜨거운 불길에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여러 번, 엄마 까투리는 날개 밑으로 새끼들을 숨겨 꼬옥 보듬어 안았습니다.
그리고 엄마 까투리는 사나운 불길이 휩쌌을 때에도,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불길이 몸에 붙어 몸이 타기 시작했을 때에도 꼼짝 않았습니다.
사흘 쯤 뒤, 아랫마을에 사는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는 골짜기 퍼덕에서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새까맣게 탄 엄마 품속에서 꿩 병아리 아홉 마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새끼들은 저희들끼리 몰려 다니며 모이를 쪼아 먹다가 다시 모여들어 엄마의 날개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되자 꿩 병아리들은 날개가 커다랗게 자랐고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던 엄마 까투리는 그것마저 부서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새끼들은 엄마의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서 함께 보듬고 잠이 듭니다.
그렇게 엄마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중에도 울컥, 책장을 덮으면서도 울컥, 책을 읽어주다 자꾸 멈추고 결국엔 눈물을 흘렸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슬픈 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눈물바람을 하게 하네요.
선생님 말씀대로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한' 동화입니다.

불길을 피해 허둥지둥 도망다니는 엄마 까투리와 아홉 마리 꿩 병아리들..
날아 올랐다가 돌아오고 다시 날아올랐다 되돌아 오는 장면과 불길이 엄마를 휩싸며 '꼼짝 않았습니다'하고 반복되는 문장은 가슴을 아릿하게 합니다.
정말 엄마의 모성애란 무엇일까요?
새끼들을 두고 갈 수 없어 자신을 희생하고 죽어서도 새끼들을 지켜주는 어미새, 엄마 까투리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느끼고 배웁니다.
벌건 불길과 까맣게 타들어간 숲.. 무겁고 슬픈 이야기지만 차분하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 편안함을 줍니다.
글과 그림을 그리신 권정생 선생님과 김세현선생님 모두 어머니를 떠올리며 작품을 쓰고 그리셨다고 해요.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의 체온을 느껴볼 수 있는 책입니다.

1. 우리 엄마 그리기


'엄마'  엄마 만큼 세상에 좋은 단어도 없는 거 같습니다.
낼모레 마흔인 저도 기쁘거나 슬플 때, 속상하고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엄마랍니다.
일곱 살 유주도 엄마가 제일 좋다고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가 밉댔다 이쁘댔다 말이 바뀌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네요^-^)
책을 읽고서 유주에게 엄마를 그려보자 했어요.


 

종이에 엄마를 그려 색칠한 다음 유주에게 제 화장품을 꺼내 주었습니다.
유주의 입술 도장을 찍어 유주랑 닮은 엄마 얼굴을 그리기로 했거든요.
손에 쥔 그 순간부터 흥분이 되어선 웃음이 끊이질 않네요.
유주 하는 짓이 웃겨 숙제하던 규현이도 유주 옆에 와서 입모양을 따라 해보고요..
귀걸이도 해준대고 규현이까지 합세해 지끈을 풀어 머리도 붙여주고 샤도우를 문질러 볼터치도 마구 해주었어요.


저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규현이와 유주가 꾸민 제 얼굴입니다.
'우리 엄마' 이 네 글자가 참 고맙고 감사하게 읽혀집니다. 

2. 기억에 남는 장면 그리기

엄마 까투리가 죽은 것이 너무 슬프다는 유주..

마지막 장면에선 꿈속처럼 엄마 까투리와 새끼들이 행복하게 노는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유주에게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보자고 했습니다.

엄마까투리를 그리고선 여러 색깔로 한지를 찢어 모자이크를 했어요.
그리고 꿩 병아리들을 그릴까 하더니 홍합껍질을 가져와 병아리로 한다 합니다.
짬짬이 색칠해 두었던 홍합껍질은 유주가 종종 잘 갖고 노는데 눈 스티커를 붙여 꿩 병아리라 하네요.
속닥속닥 혼자 뭐라뭐라 해가며 엄마 등으로 왔다 배로 왔다.. 홍합껍질 병아리들이 분주했어요.


 

 

전 엄마 까투리와 새끼 꿩들이 행복하게 노는 장면을 그렸음 했는데 유주는 불이 났을 때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던가 봐요.
물감을 준다 했더니 불이 난 장면을 그려 놓았습니다.
나무는 불에 타 기둥만 남았고 노루는 달아나고 꿩 병아리들은 어딘가에 숨어 삐삐하고만 있대요.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이색깔 저색깔 골고루 다 칠해 보네요.
불 속을 바삐 뛰어다니는 엄마 까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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