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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고 싶어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8월
평점 :
간혹 그림책을 보다보면 삽화가 너무 예뻐서 그림책이기 전에 하나의 작품그림처럼 보여질 때가 있다.
이 책도 책표지 가득 환하게 미소짓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먼저 띄었는데 직접 보니 캔버스에 그려진 그 느낌이 더 생생해 그림책이라기보다 작은 액자그림 같았다.
그래서 다른 책들처럼 책꽂이에 꽂는 게 아니라 앞이 보이게 바로 세워 놓았더니 아이들은 첨에 책이 아니라 그림인 줄 알았단다.
책표지 말고도 아이를 닮은 하얀 데이지꽃과와 둥그런 햇님, 푸른 들판의 나비와 달팽이, 꿀벌 그림들은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처럼 해맑고 귀엽다.
이 책은 [눈 오는 날]과 [북극곡 코다 호]를 그린 이탈리아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의 작품이다.
이전의 책들처럼 이 책에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의 감성과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데이지는 풀밭에 가만히 엎드려 달팽이나 개미 같은 동물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그중에도 아름다운 날개와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나비를 가장 좋아하는 데이지는 날마다 나비가 되고 싶단 상상을 하며 잠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바램대로 데이지는 아름답고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된다.
나비가 되어 달팽이와 개미, 벌을 만난 데이지는 그들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다.
달팽이에게는 왜 그렇게 천천히 기어다니는지, 개미에겐 왜 온종일 열심히 일하는지 그리고 꿀벌들에겐 왜 항상 같이 다니는가를..
그리고 작은 동물들은 데이지에게 중요한 사실을 들려준다.
아름답고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만 꿈꾸던 데이지는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작은 달팽이와 개미, 벌들을 그 크기만큼이나 작게 평가해 왔을지 모른다.
그래서 달팽이의 움직임이 느리기만 하고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가 자기 눈에는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지는 작은 동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진솔한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달팽이가 천천히 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한테 맞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고 오히려 데이지에게 왜 아무 일도 하지 않느냐 반문하는 개미들은 따뜻한 봄과 무더운 여름, 시원한 가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찾아올 것을 알아 열심히 일해 겨울에 먹을 음식을 모은다는 것을 말이다.
이들의 현명한 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지처럼 책을 읽는 동안 우리도 그 끄덕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내 입장으로, 내 관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단정짓고 자신의 생각이 답인양 판단해 버리며 때론 다른 이들의 다른 생각을 들어보려 하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치고 사는 '서로 다름'에 대하여 이 책은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조용히 일깨워 준다.
그리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들이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삶의 철학을 아는 이들의 대화처럼 나도 이 책의 동화를 통해 배우고 깨달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