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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친구 이야기 ㅣ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1
강경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굵은 빗방울이 옥수수 잎사귀로 떨어지며 후두두둑 소리를 내는 듯한 표지그림이 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듯 하다.
우산을 내려 놓고 나무를 지붕삼아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꼭 30년 전의 나 같기도 하고...
마술처럼 이 초록빛 가득한 수채화 그림이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나무친구 이야기]는 어릴 적 집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추억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책이다.
내가 어릴 적에도 우리 동네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었다.
동네 언니들은 그 나무에 밤이면 귀신이 나타난다 겁을 주었고 어른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라 하셨다.
지금도 그 나무들이 그대로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그 나무들의 모습은 기억 속에 선명히 자리한다.
작가의 기억 속에도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집 옆에 든든히 지기처럼 서 있다.
나무는 오래 전 아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부터 있었다.
낮잠에서 깨어 집에 아무도 없어도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때문에 괜찮았고 나무에 올라선 동산에 모여있는 친구들과 빨래터의 엄마도 볼 수 있었다.
나무 그늘 밑에서 언니랑 노래도 부르며 놀기도 하고 구름과 새를 쫓다가 졸음에 겨워 잠이 들곤 했다.
가을이면 아버지는 낙엽을 태웠고 형제들은 떨어진 낙엽으로 놀기도 했다.
나무는 그렇게 아이의 곁에서 함께 자리했고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태풍이 일고 비가 퍼붓는 날이면 나무는 금세라도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집으로 쓰러질까 봐 걱정한 부모님은 나무를 자르기로 결정했고.. 나무가 잘리던 날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봄이 되어 나무가 있던 자리에 서니 멀리 숲이 보이고 지난 날 가족이 살아온 모습들을 나무가 다 보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나무는 이제 밑동만 남았지만 이제 아이는 자신과 함께 해왔던 나무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자기의 마음 속에 나무는 푸르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억할 것이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절로 내 추억이었던 듯 마음 한켠이 훈훈해진다.
시골서 자란 나는 책 속의 그림을 보며 소박한 옛 시골풍경들에 미소지어졌다.
식구들이 모여 일을 하고 냇가의 빨래터며 동산의 묘 주변에서 놀던 일이며 요란한 소리를 내던 경운기와 밭 가장자리에 놓인 두엄자리 그리고 키보다 높게 자란 옥수수대..
봄, 여름, 가을.. 수채화로 그려진 소소한 풍경그림과 옛 교과서에서 본 듯한 글꼴이 정겹다.
나에게도 아름다운 유년 시절이 있었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아이들도 좋겠지만 우리 세대 어른들에게 새록 추억할 것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