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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핍니다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5
김근희 글.그림 / 한솔수북 / 2012년 4월
평점 :
김근희 지음 / 한솔수북
아직 모두들 자고 있는 겨울이지만 이제 곧 눈이 녹을 거에요.
봄비가 땅을 적시고 나면 씨앗에서 아기 잎이 깨어나 인사를 합니다.
아기잎은 햇볕 한 모금, 바람 한 모금 마시며 쑥쑥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제비꽃은 수줍은 꽃망울 들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연둣빛 열매를 맺었지요.
꽃마리는 돌돌말린 꽃망울을 하나씩 펴 하늘빛 꽃을 피우고 꽃이 지고선 작은 열매를 맺었어요.
뱀딸기, 까마중, 나팔꽃, 자운영 모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요.
씨앗이 땅 위에 떨어지면 땅속으로,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동안 잠을 자요.
봄이 오면 아기 잎을 피우려고요..
하얀 눈이 내리고 들풀은 땅속 씨앗을 남기고 모두 떠났어요.
따뜻한 봄이 오면 새싹으로 다시 만나요.
봄은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계절 같아요.
어느 날부터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싹이 돋는가 싶더니 벌써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아무것도 없던 땅 위에는 새순이 돋아나 작은 꽃들로 피우고 열매 맺을 준비를 서두릅니다.
그런데 그중엔 낮은 곳에 자리해 제 생명을 지켜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름모를 꽃들도 있지요?!
[들꽃이 핍니다]는 이런 소박한 풀과 꽃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제비꽃, 꽃마리, 뱀딸기, 까마중, 나팔꽃 자운영 등으로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추운 겨울을 나고 땅속에서 다시 싹을 튀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음으로써 다시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 주고요...
그냥 당연시하던 생명의 이치일지 모르지만 그 작은 씨앗이 계절에 맞춰 순리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소박하면서도 잔잔한 아름다움이 새삼스럽습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 생활문화중의 하나인 자수로 그림을 채워 수수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더해집니다.
작은 들꽃들의 아름다움이 고운 자수의 느낌과 잘 어울려 소박하면서도 아주 깔끔하고요.
자수 특유의 섬세함과 색 조화로 피어난 작은 들꽃들이 귀여워 홀린 듯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데요...
그중 골무나 단추싸개, 차받침에 수놓아진 작품들은 "예쁘다", "곱다" 소리가 절로 날 정도랍니다.
이 책에서는 들꽃들의 겨울나기 뿐만 아니라 땅속에서 겨울을 나는 다람쥐, 공벌레, 개구리, 고슴도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중에 고슴도치는 앞 면지에선 혼자였다가 마지막 면지에서는 네 식구가 되어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뽀롱뽀롱 인사해요.', '아이 잎은 뽀로롱 팔 벌려 햇볕 한 모금, 바람 한 모금 마셔요.', '동그르르 꽃잎 떨구고', '올망졸망 꽃망울 내밀어', '흔들면 사랑사랑 소리나는'... 이 책에 쓰여진 예쁜 말들이에요.
한 땀 한 땀 수로 놓여진 그림처럼 이 책의 글들도 참 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1. 우리 동네 꽃구경
책을 읽으니 그동안 손 놓은 수도 놓아보고 싶고 동네에 나가 들꽃도 보고 싶었습니다.
유주랑 카메라 들고 나가려니 유주양, 유치원 숲체험에서 애기똥풀도 보고 손톱에도 칠해봤다며 애기똥풀이 많이 있음 좋겠다 합니다.
화단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뱀딸기.. 생김새는 귀여운데 이름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요.
가시가 뾰족뾰족 거친 보라색 엉겅퀴 꽃도 보이고 자주괭이밥과 개망초, 사랑초도 찾았습니다.
간드러지게 핀 씀바귀꽃들도 있고 지칭개도 있었는데 사진 찍는 것은 깜빡 잊었어요.
노란색 별처럼 작고 예쁜 돌나물꽃도 있고 마지막 집 앞 화단에는 금낭화와 패랭이꽃이 피어 있었어요.
유주는 토끼풀 꽃으로 팔찌랑 반지를 만들어달래서 차고 머리도 묶어달라며 그 앞에 가장 오래 있었어요.
애기똥풀은 하나도 못보고 토끼풀꽃이 유주에게 눈과 멋에 호강을 시켜주었습니다.
전 들꽃이라면 가장 먼저 소담스럽게 핀 개망초꽃이 떠오르고 또 그 꽃이 가장 좋은데 아파트단지라 그런지 띄엄띄엄 피어 있었어요.
그래도 제법 여러 가지 꽃구경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2. 꽃그림 그리기
꽃구경을 하면서 자주괭이밥과 지칭개, 돌나물꽃 그리고 이름은 알 수 없지만 향이 아주 진한 꽃나무를 한 가닥 꺾어와 화병에 꽂아 놓았어요.
유주가 꽃그림을 그리고 싶다길래 한 개씩 따로 놓고 그려보라 했습니다.
아주 진지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는 유주
그런데 유주의 그림은 휑하리만치 갯수가 적었어요.
"이거 다 그릴라면 어려워~~ 한 가지씩 다 그렸어~" 하고 물감을 찾더니 좀 색칠하다가는 딴청이었어요.
지칭개와 토끼풀꽃, 자주괭이밥꽃, 향기진한 꽃이 꽂혀져 있는데 종류대로 딱 네 줄기의 꽃을 그려 놓았어요.
별처럼 생긴 노란 돌나물꽃이에요.
돌나물꽃을 몇 개 그리더니 자기를 그려도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꽃을 바라보는 유주와 돌나물꽃이 같이 그려졌어요.
3. 꽃나무책 만들기
색종이로 삼각주머니접기를 해 간단한 꽃모양 책을 만들었어요.
종이접기를 하며 유주도 따라 접고 하트모양으로 오려 쓰고 싶은 내용을 적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보았던 꽃중에 가장 예쁜 꽃은?" 하고 물었더니 유주가 "개망초!!"라 했어요.
꽃을 볼 때 제가 아는 이름은 일러주긴 했지만 유주가 잊어버리지 않고 개망초라 해서 좀 놀랐습니다.
이야기 나눴던 것을 글로 쓰도록 하고 종이를 오려 꽃 꾸미기도 했어요.
꽃모양대로만 오려도 되겠지만 나무처럼 기둥을 만들고 두꺼운 종이를 덧대 튼튼한 꽃나무로 만들게 했어요.
유주는 부채가 된다며 팔랑팔랑~~ 좀 화려한 꽃부채가 되었어요.
개망초에는 '유주 닮은 꽃'이라 적고 아래에 '내가 좋아하고 예쁜 개망초'라 적었어요.
우리가 보았던 꽃이름을 떠올려 '우리동네에 피는 꽃'도 번호를 매겨 적었어요.
유주에게 "우리가 봤던 꽃 중에 멋쟁이 꽃이 무얼까?하고 물었어요.
답이 자꾸 틀려서 답과 이유를 알려 주었더니 종이에 그것을 적어 놓았습니다.
꽃노래를 하나 적어 보면 좋겠다 했는데 유주가 '들장미'를 말하네요.
그래서 이왕이면 우리나라 꽃으로 노랫말이 예쁜 도라지꽃 노래를 적어보면 어떻겠느냐 했어요.
노랫말을 중간중간 까먹어서 제가 따로 적어 주었고.. 요즘 유주가 글씨와는 안친했는데 간만에 장문의 글을 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