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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배불뚝이의 모험 1 : 먹기 대장이 떴다 ㅣ 웅진 푸른교실 13
송언 지음, 유승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4월
이 책을 읽으며 초등 2학년인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1학년 때의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입학식을 하던 날,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기같은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을 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아무리 유치원생활을 했더라도 긴 수업시간을 집중해서 원만히 따라갈지 사소한 것까지 엄마와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각자 잘 따라줄까,거기다 서로 낯선 아이들이 제 감정을 다스려 정해진 규칙을 따라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지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반 아이들은 산만하지 않고 서로 잘 어울렸습니다.
거기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시고 수업을 재밌게 만들어 해주시는 분이셨고요.
아이는 유치원보다 학교가 더 재밌다며 학교생활을 잘 따라갔습니다.
어떤 이유로서든 아이에게 학교가 어렵지 않은 곳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감사, 무난히 1학년 생활을 마쳤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배불뚝이같은 아이가 우리반에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솔직히 들었습니다.
배불뚝이는 우리가 흔히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로 보기 쉬울 법한데 이 책을 쓰신 송언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재미없다고 밖으로 뛰어나가 놀고 급식시간에 나타나 선생님에게 밥달라 입 벌리는 배불뚝이를 '아이다운 동심을 가진 아이'라 칭찬하십니다.
그리고 머릿말에서 선생님은 현재의 답답한 교육현실 속에서 판타지 세계로 건너가는 모험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아이를 보며 자신의 교직생활중 축복이었다고 적으셨네요.
[김 배불뚝이의 모험]이라는 책 제목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김 배불뚝이라는 아이랍니다.
1학년 2반에 다니고 '김세찬'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지만 뚱뚱하고 먹을 것을 좋아해 반 친구들과 선생님께 김배불뚝이라 불리지요.
김 배불뚝이는 개미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운동장에서 주운 돌멩이를 화석이라 믿고선 공룡의 세계를 상상할만큼 천진난만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심청전을 듣다가 벌떡 일어나 심봉사 흉내를 내는가 하면 1교시에 펼쳐놓았던 책을 4교시까지 그대로 펼쳐놓았다가 선생님에게 너스레를 치며 "수학책을 난로 위에 놓으면 뭐가 될까요? 하고 수수께끼도 내지요.
그림그리기 시간엔 그림 그리기 싫다고 스케치북으로 제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고 아침 조용한 자습시간에 물개쇼를 하며 친구들을 선동해놓고 정작 수업시간이 시작되면 아프다고 내빼기 바쁜 아이라죠.
그리고 밖에서 놀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나타나서는 선생님께 먹여달라고 입을 쩍 벌리고 호시탐탐 선생님의 비타삼백을 달라고 졸라댑니다.
이 천방지축 장난꾸러기같은 김배불뚝이가 빗자루 선생님께는 왜 예쁘게 보이시는 걸까요?
"제가 글자 힌트를 낼 테니까 선생님이 맞혀 보세요. 바로 시작할게요. 비!"
"하늘에서 내리는 비?"
"아니요. '비'로 시작하고 '백'으로 끝나요."
"비-백? 너무 어렵다."
"두 번째 글짜가 '타'예요."
"아, 비타 삼백?"
"딩동댕!"
"아, 비타 삼백 먹고 싶다. 비타 삼백 되게 맛있겠다. 저요, 비타 삼백 먹어 봤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본문 p.14에서)
"선생님, 제가 식판 갖다 놓을게요."
"도대체 왜 그러니?"
"재미있잖아요. 아니, 오늘은 제가 한 일이 없잖아요. 아니, 저는 착한 일 좀 하면 안 돼요?" (본문 p. 90에서)
못말리는 먹기대장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 말도 할 줄 아는 배불뚝이 세찬이.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비타 삼백을 좋아하는 배불뚝이의 대화가 너무 우습다고 하는데요..
티격태격 빗자루 선생님과 배불뚝이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배불뚝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하기엔 어리기만 한 1학년..
규율과 규칙에 낯선 아이의 행동을 오히려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봐주시는 이해와 관심이 고맙게 와닿습니다.
세상에 이런 선생님이 아주 많으시다면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울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것 대신 해야할 것들을 하느라 갈증이 난 요즘의 아이들에게 배불뚝이는 그야말로 시원한 즐거움을 줍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모험심을 되찾았으면 하고 바라셨던 선생님의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도 배불뚝이를 만나며 즐거운 상상과 그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