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과 흑룡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2
이강 그림, 정하섭 글 / 길벗어린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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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섭 글 / 이강 그림 / 길벗어린이

달도 별도 없는 깜깜한 밤, 번갯불과 천둥이 울리더니 순간 아주 커다란 것이 땅으로 곤두박칠쳤습니다.
다음날 마을 사람들은 백두산 꼭대기에 똬리를 틀고 앉아 해를 가리고 있는 흑룡 한 마리를 보았지요.
흑룡은 자신이 세상의 왕이라며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외칩니다.
그리고 백두산 꼭대기에 세상에서 가장 높고 넓고 멋진 궁전을 짓게 하고 또 값진 보물을 모두 바치라 명령합니다.
게다가 동네마다 젊은 남자들과 여자들을 한 명씩 뽑아 바치라고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건 다 바쳐도 사랑하는 아들 딸 형제 자매는 바칠 수 없어 흑룡의 명령을 따르지 않습니다.
화가 난 흑룡은 백두산을 칭칭 휘감아 물길을 모두 막아버렸고, 들판의 곡식들은 모두 말라비틀어져 갔어요
사람들은 하늘에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기도를 올린 지 백일째 되는 날 하늘에서 청룡이 내려와 흑룡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지만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청룡과 흑룡은 둘 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지쳐 쓰러졌어요.
먼저 몸을 일으킨 흑룡이 다시 공격하려는 순간 청룡은 사람들이 애타게 응원하는 소리를 듣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번개를 부릅니다.
결국 번개를 맞은 흑룡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청룡은 흑룡의 궁전을 허물고 큰 못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백두산 천지랍니다.
청룡은 백두산 천지에 살면서 강과 우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흘려보내 주었고 사람들은 가끔 백두산 천지 위를 날아오르는 청룡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백두산에 가면 청룡이 있어?"  
이 책을 읽고 규현이가 이렇게 물었는데요...
백두산 천지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유래를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왠지 진짜인 것처럼 실감나고, 그래서 아이들은 재밌다 합니다.   
글과 그림 모두에서 박진감이 느껴지는데 주인공이자 상상속의 동물인 용의 모습이 아주 자세하게 그려졌어요.
그리고 번지는 듯한 수묵화 느낌의 그림과 섬세한 배경그림은 신비로운 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겨울방학에 [해치와 괴물 사형제],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읽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상상의 동물 시리즈인거 외에도 세 가지 책 모두 정하섭작가가 쓰신 공통점이 있더라구요.
아이들이 즐겨 읽던 [열두 띠 이야기] 책과 [나무는 알고 있지]까지 쓰신 분이라.. 책을 모두 찾아 보고 우리끼리 반가워했던 기억이 나요.
청룡과 흑룡의 싸움, 백두산 천지 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작가님의 이름도 떠오를 책이 되었어요.

이 책은 용이 등장하는 부분에선 번짐효과가 많아 수묵화같은 느낌이 들어요.
집에 마침 화선지 두 장이 있길래 아이들에게 화선지에 용그림을 그려보자 했습니다. 


 

재료를 준비하자마자 아이들이 벼루에 먹을 갈고 싶다 했어요.
먹물이 있어서 따로 갈지 않아도 되는데 안하던 걸 하는 재미에 그림보다 먹갈기가 먼저 아이들의 관심을 샀습니다.
화선지에 곧장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유주는 길쭉한 모양이지만 규현이는 얼굴을 거침없이 크게 그리더니..
그림을 잘 못 그린거 같다며 기분이 급다운되었어요.

스케치북에 하면 된다고, 그리고 굳이 용이 아니어도 상상의 동물을 그리면 된다 했는데..
원칙맨 규현이 '아메리카 들소처럼 그려졌다' 소리만 여러 번.. 
혼자 그림을 계속 그리던 유주는 청룡의 이빨을 '내맘대로니까' 파랑 물감으로 칠한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용을 완성했습니다.

규현이는 안한댔다가 미련이 남는지 붓을 놓지 않고 있다가 유주가 물감을 쓰니 일단 몸통만 칠하더군요.
힘차게 달려가는 맹수처럼 보인다고 했더니 규현이 "맹수가 아니고 날개달린 용이야"라며 날개를 그리고 그림이 마를 동안 신문지에 서예를(?) 쓰기도 했어요.
유주는 그림을 그린 붓이 '옛날 글자를 쓰는 붓'이니까 자기도 한자를 써야겠다고요..
용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고 한자책을 보며 한자도 세 개를 골라 따라 쓰고요.
글씨는 엉성한데 수(水)를 쓰면서는 용이 물을 다스리는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까만 갈기가 있는 통통하고 짤막한 규현이 용입니다.
전 아무리 봐도 사자같은데 규현이가 용이라 하니.. 용이 맞아요.^^


유주의 용은 까만 머리카락처럼 갈기와 수염이 나 있고 갈기 위로는 뿔이 달렸는데 뱀을 좀 닮은 것도 같아요.
규현이 유주가 상상하는 용의 모습,, 두 마리 용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복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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