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 글, 데보라 코간 레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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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 글 / 데보라 코간 레이 그림 /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내 동생은 특별해요. 세상에 이런 동생은 흔하지 않지요.
내 동생은 피아노를 칠 줄 알지만 노래는 못 불러요.
내 동생은 내가 "조심해"하는 소리는 못듣지만 짝지어 춤을 추거나 줄 맞춰 걸을 수도 있고 정글짐 꼭대기에 오르는 것도 잘해요.
난 풀밭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듣지만 동생은 풀밭에서 보이는 아주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답니다.
동생은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부터 엄마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입술 읽는 법도 배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동생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동생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어요.
동생도 내가 하는 얘기들을 잘 알아듣는데 동생은 내 입술과 손가락 뿐만 아니라 눈이 하는 말도 볼 줄 알아요.
동생은 자기 기분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얼굴표정과 어깻짓으로 누구보다 분명하게 기분을 말해요.
동생은 밤중에 복도에 불이 꺼져 깜깔할 때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데 어둠 속에서 귀를 막았을 때 아무것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인걸까요? ... 난 궁금해져요.

제목에서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과의 일상을 언니의 시선으로 담담히 들려주는 책입니다.
제목글이 본문 글의 맨 앞과 맨끝에 그대로 쓰일 만큼 이 문장은  책 전체 내용에 지배적인데요..
처음 제목을 보고선 장애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생각했는데.. 언니는 동생이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대신 특별한 것들을 가진 '특별한' 동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언니는 동생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과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차근차근 말합니다.
사실적으로 들려주는 일상의 순간순간들에는 동생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이해를 지닌 언니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것은 어느새 동생에 대해 이해하고 또 따뜻하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동생이 가진 장애보다 동생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말하는 언니는 장애란 것이 그냥 사람마다 서로 좀 다른 거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못 들으면 귀가 아플까?" 동생에 대해 궁금해 하는 친구들의 질문에 언니는 "귀는 안 아파.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들으면 마음이 아픈 것 같아."하고 대답하지요.
장애로 아픈 것보다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말 같습니다. 

책표지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여동생의 얼굴이 연필 스케치로 그려져 있어요.
표지 뿐만 아니라 본문 모두 흑백으로 표현된 이 책의 연필그림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잔잔한 느낌이 들게 하는데요..
책을 읽고서 '동생에 대해' '오빠에 대해' 특별한 한 페이지의 책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도화지를 반 접어 안쪽에 내용을 적고 앞 표지 그림은 연필과 목탄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그리기로 했어요.
'내게는 "*** 하는" 여동생이(오빠가) 있습니다"
'***' 그 안에 들어갈 수식어는 서로를 잘 생각해보고.. 
긴 문장이 어려우면 동시로 써도 좋고 한줄 글이라도 좋다고 또 그림과 형식 모두 자유!라 했습니다.


 

유주는 오빠에 대해 생각하면 가장 먼저 '태권도'라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상황을 떠올려 차근히 적어보라고 했더니 거침없이 혼자 적어 나갑니다.
그림에 말풍선을 넣어도 될지 묻기에 오케이~
쓱쓱 그림을 그려 색칠하더니 얼른 오빠를 그려보고 싶다고요..

제목을 쓴다고 하는데 어째 문장이 끊어지게 적길래,, 한마디 했두만
"내맘대로 하는 거잖아~~ 세 글자씩 적을라고 그랬어"하네요. 암만~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게 하고 목탄으로 그리도록 했어요.
모자그림을 할 때 손에 검댕을 묻혀 문질러 주면 옅은 회색이 된다 일러주었더니 팔도 그렇게 꾸며 놓았습니다.


규현이는 유주가 위에 글을 적었으니까 아랫줄에 쓸거라며 한 줄 쓰고.. 표지를 먼저 하고 싶었다며 갑자기 볼멘 소리를 했어요.
(분명 목탄이 묻으니까 나중에 하는거라고 설명했는데..ㅠ.ㅠ)
그러더니 유주의 얼굴과 주변에 한글 자음과 모음을 건성으로 그려놓고 또 건성으로 칠하고는 다했다 합니다.

유주의 얼굴을 그리기가 어렵다 해서 규현이에게는 유주의 사진을 갖다주었어요.
머리와 눈, 코를 그리더니 이젠 눈물바람~
책표지 그림처럼 그리고 싶었는데 유주 코가 돼지코가 되었다며 우는 거였어요.
규현이를 달래 네가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그리면 되는거라 했더니 유주도 옆에 와서 "잘 그렸고만~~"하고 거들어 주었습니다.ㅎ
다시 목탄으로 윤곽과 머리 색칠을 하고 옷 부분을 문질러 칠해보면서 그제사 얼굴 표정이 바뀌었어요.


내게는 태권도를 좋아하는 오빠가 있습니다.
우리 오빠는 엄마가 밥을 차릴 때 태권도를 합니다.
아빠가 돌아오면 태권도를 멈추고 아빠한테 가서 (아빠 안녕히 다녀오셨어요?)합니다.
그리고 아빠한테 (아빠 겨루기 해요!) 합니다.

유주는 야구모자를 눌러쓴 오빠로 표지 그림을 그렸어요.
요즘 유주 그림에 등장하는 오빠는 자주 야구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내게는 수다쟁이 여동생이 있습니다.
잠을 잘 때도 재잘거리고 샤워할 때도 재잘거리고 놀 때도 시끄럽게 재잘거립니다.

규현이 눈에는 유주가 수다쟁이 같은가 봐요.
책표지처럼 네모 줄을 긋고 싶다고해 자를 대고 그려보게 했습니다.

유주가 규현이가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눈이 엄청 크네. 그래도 잘 그렸네~~" 하자 규현이도 유주가 그린 표지그림이 맘에 든다고요.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규현이가 "아까 내가 잘 했어? 유주가 잘 했어?" 하고 물었어요.
"제발 좀 울지 말아라"하고 싶었지만 "안쪽 글을 위쪽에 크게 썼더라면 규현이가 더 잘했다 해주고 싶은데 오늘은 똑같이 규현이도 잘했고 유주도 잘했다" 했어요.
규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달래는 것이 쉽지만 않았는데 책 속의 언니가 가진 마음의 크기가  새삼 크게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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