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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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백 글 /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어느 화창한 봄날, 수평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튼튼하고 씩씩했던 이 수평아리는 이내 동네에서 제일 힘센 병아리가 되었습니다.
늠름한 수탉으로 자라 힘자랑 대회에 나간 수탉은 세상에서 제일 힘센 닭이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세상에서 제일 힘센 이 수탉보다 더 힘이 센 수탉이 동네에 나타났습니다.
그후로 이 수탉은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선 술도 많이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수탉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수탉의 아내가 다가와 "여보, 힘내세요. 당신은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에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손자 손녀들과 힘이 센 아들들, 알을 많이 낳는 딸들을 보여주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행복한 수탉이라 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가슴이 찡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실 때 아직 더 일할 수 있는데.. 하시며 서운해 하셨던 날이 떠올랐었거든요. 
이 책에 등장하는 수탉은 바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들보다는 우리 어른들에게 더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지 모르겠고 가족그림책으로 보아도 좋을 책입니다.

잔뜩 어깨를 움츠렸던 수탉이 자신의 가족들을 돌아보고 꼬리 깃털을 활짝 편 마지막 모습에선 가족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지 느껴집니다.
젊은 시절에 가졌던 힘과 당당함은 잃었지만 환갑잔칫날 가족들과 함께 모여 있는 수탉의 모습은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 보여요.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라는 '행복' 그 행복요소중에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사는 그대로를 묘사한 이야기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를 쓰신 이호백작가님이 쓰셨고 다채롭고 화려한 색으로 닭의 모습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그린 그림은 [반쪽이]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그리신 이억배 작가님이 그리셨어요.
우리 정서를 담은 민화풍의 그림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고 또 정겨운 재미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닭들의 실감나는 표정과 동작 그리고 노란 병아리들의 귀여운 힘겨루기, 중병아리들의 말뚝박기 등은 그림을 한참씩 들여다 보게 만들고 또 웃음짓게 합니다. 

1. 수탉 그리기


책을 읽고서 아이들에게 수탉을 그려보자 했습니다.
처음엔 유주도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렸는데 중간에 다른 놀거리를 찾아가고.. 규현이만 마무리가 되었어요. 
색연필 대신 색종이와 셀로판지로 수탉의 모습을 꾸며보게 하고 싶었는데 마음 급한 규현군, 색연필을 택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중에 아빠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떻겠느냐 물었더니 자기는 그림은 잘 그리는데 편지는 어렵다고요^^;;


자칭 그림을 잘 그린다는 규현이 ㅋㅋ
책을 보면서 그렸는데 날개가 짧은 뚱뚱한 수탉으로 그려놓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아니라 '춤을 추는' 혹은 '뚱뚱한' 수탉이라 불러야 할 듯 싶은데 규현이는 아주 맘에 들어라 했어요.^^

2. 아빠에게 편지 쓰기


며칠이 지나 아이들에게 다시 아빠에게 편지를 써보자 했어요.
요즘 아빠가 크리스마스에도 일하고 이 날도 늦게 퇴근해 온 날이라 "아빠가 힘들고 피곤할 때 규현유주가 편지를 써주면 아빠가 무척 좋아할거야" 라고 하자 연필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규현이는 무어라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종이 끝만 부벼대고...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로 써보라 했더니 그때서야 줄줄이 열심히 적었습니다.


아빠에게
아빠 내일 안추우면 밖에 나가서 오빠 자전거 보조바퀴 해서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타러 가요. 유주올림

'밖에 나가서'가 두 번 들어간 유주의 편지에요.
유주는 자전거를 타고 아빠는 의자에 앉아 유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빠에게

아빠 안녕하세요?
아빤 지금쯤 퇴근하고 있을텐데.... 아빠에게 서운한 게 있어요.
놀을 땐 대충 놀아주지 말고 신나게 놀아주세요.
예를 들자면 중랑천에서 자전거타기, 배드민턴 치기, 스케이트장 가기 등을 방학때 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빠가 건성으로 놀아도 전 아빠가 좋아요!!!      규현올림

편지를 다 마치곤 그림 속 얼굴을 웃는 얼굴로 바꾸고 하트를 그려 색칠해 놓았어요. 
편지를 받은 아빠의 첫마디는 "규현! 아빠가 언제 대충 놀았어?" 였습니다.
"아빠처럼 업어주고 책읽어주고 놀아주는 아빠가 어딨다고?? 흥! 나 인제 안 놀아~~~ㅠ.ㅠ"하니
"아빠가 밖에 나가서 안놀아주잖아요." 하며 규현군 목소리가 슬쩍 꽁지를 내렸어요.
아빠들은 열심히 놀아준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건성이고 대충인가 봐요.^^
엄마 노릇도 제대로 하기 어렵지만 아빠 역할은 더 어려운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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