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로레타 웅진책마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라합 옮김, 박형동 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춘기에 막 접어든 한 소년의 첫사랑을 다룬 동화로 아름다운 사랑이라 하기 보다는 무모하고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랑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 안에는 그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사회문제, 세상에 대한 이해와 성장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개 별명으로 불리는데 주인공 빡빡이도 콘라트라는 이름을 두고 빡빡이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이 이름 속에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2년 전, 머리에 실린 머릿니와 서캐때문에 부모가 강제로 머리를 밀어버리자 빡빡이는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자기의 머리를 밀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고집과 주장이 센 빡빡이라도 사랑 앞에서 엉뚱하고 약해지는 걸 보면 사랑은 참 신기하고도 재미난 감정이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어느 목요일 오후.. 빡빡이네 옆집19번지에 로레타가 이사온다.
요란한 모양을 한 승합차에서 토끼털을 걸치고 맨발 차림을 한 여자 아이를 보는 순간 빡빡이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 이상한 여자아이를 보는 순간 빡빡이의 속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꽝!
머릿속인지 배 속인지 가슴속인지는 알 수 없었다. 빡빡이는 완전 넋 나간 얼간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거나 그 비슷한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p.21)   
엄청난 폭발로 다가온 사랑!!
빡빡이는 로레타의 부모가 고물을 팔거나 청소일을 하고 집을 엉망으로 해놓고 다녀도 전혀 상관없이 어떻게든 로레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자기만의 특별한 '생각바위'가 건네주는 라돈의 힘을 믿는 빡빡이는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마주해야 하고 호기심 많은 엄마에게도 그 사랑을 비밀로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데 문제는 엄마가 로레타 가족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사사건건 빡빡이를 간섭한다는 것이다.
로레타와의 사랑은 예상한대로 쉽지가 않았다.
로레타가 진드기와 이빨과 함께 놀러가는 것을 보고서 마음이 안편하던 빡빡이는 엄마가 친구들에 대해 뭐라하는 소리를 듣고는 강하게 반발,, 결국 정수리에서 목덜미까지 머리를 십자 무늬로 밀어버린다.
구차한 설명보다 즉각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보이는 아들과 아들의 황당한 머리를 보고 놀라는 엄마의 모습..
어느 나라건 이렇게 사춘기의 후유증이 큰 것인지..
로레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못가고 동생이 입양되었지만 남들이 뭐라해도 슬픈 기색은 별로 내지 않고 무척 당당하다.
씩씩하고 사교적인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그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자기만의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회복지사의 방문 이후로 로레타가 떠나게 되자 빡빡이는 좀비처럼 기운없이 힘겹게 지내게 된다.
그러다 로레타가 있는 주소만 가지고 로레타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빡빡이의 사랑이 얼마나 진지하고 적극적인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모의 보살핌에 살던 빡빡이가 로레타를 찾아가기까지의 여정 또한 만만치 않다.
물론 로레타를 만나긴 하지만.. 빡빡이의 제안과 다르게 로레타는 빡빡이의 사랑보다는 자신의 꿈을 말한다.

안정된 가정 환경 속에서 부모의 보살핌으로 평범하게 자라던 빡빡이는 자신과 완전히 다른 로레타를 보고 어떤 해방감이나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레타와 로레타의 가족을 만나면서 빡빡이는 처음으로 자기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낯선 세상을 만나게 되고 또 로레타를 찾으러 가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과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세상은 누군가가 삶의 방식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 배워야 하는 것이니 그 여행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빡빡이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폭발은 빡빡이를 지난 여름방학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빡빡이의 첫사랑은 엉뚱하다고만 할 수 없다. 오히려 대단하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는 반환점이라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그림을 다시 보니 그것이 무얼 이야기하는지 느껴진다.
광대 얼굴을 하고 자전거 뒤에 로레타를 태운 채 하늘을 향해 페달을 밟는 아이, 콘라트 빡빡이
이 책은 어쩌다 두 번 읽게 되었는데 처음과 다르게 두 번째엔 삽화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올려다보던 빡빡이가 사랑에 빠지고 로레타 곁을 기웃거리고 슬퍼하게 되고..
광대복을 입고 바이올린을 들고서 로레타와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까지..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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