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날의 꿈
연필로 명상하기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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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년 만에 완성된 '국내 첫 성인용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을 애니북으로 만든 이 책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세 명의 고등학생들의 학창시절 고민과 사춘기의 아련한 첫사랑을 이야기로 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지나온 이라면 이들의 애틋한 추억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경험했음직한 내용이라고 공감할 거 같아요.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에 서있는 두 사람,, 이랑과 철수.
이들의 맑고 순수한 꿈과 사랑은 그야말로 방금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달나라에 인간이 도착한 그해, 1969년..
달리기에서는 한 번도 져본 적 없던 이랑은 처음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추월당하자 지기 싫어 일부러 넘어져 버립니다.
그후, 지는 것이 두려워 계주팀에서도 빠지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막막해 하지요.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이와 레코드가게에서 만난 후로 친해진 이랑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수민의 모습에 자신을 점점 더 작게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좋아해 '러브 스토리'를 보며 첫사랑을  꿈꾸던 이랑앞에 어느 날 수줍음이 많은 철수가 나타납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철수는 여자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건네고 버벅거리는 아이지만  전파사에서 삼촌 대신 수리를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에 관한 내용과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보이는 열정적인 모습에 이랑은 어떤 설레임을 갖게 됩니다.

이랑 - 근데 있잖아, 궁금한 게 있는데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며?
철수 - 응.
이랑 - 그럼 공부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왜 자꾸 아무거나 타다 다치는 거야? 애들도 놀리잖아.
철수 - 그게 너나 나나 벌써 많은 것을 책으로 배워서 알고 있지만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이랑 - 그런가?
철수 - 부싯돌로 불을 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라이터를 만들 수도 없으니까. 우주선도 쏘는 이 대단한 시대에 말야.
         결국 스스로 할 줄 아는 건 한 가지도 없다는거지. 난 다 분해해 보고 조립해볼 거야.
         내가 다 직접 알아갈 거야. 단 몇 초, 하늘을 난다 해도 내 힘으로 시작할거야.
         열심히 할 거니까 당당해도 돼.
  (p. 120, 121에서)

하고 싶은 일은커녕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생각하는 이랑에게 철수는 어른이 되면 달리기가 더 빨라질거라며 응원을 하지요.
그리고 지금의 그 기분을 잘 기억했다가 어른이 되면 잘 살아야겠다 합니다.
어른이 되면 그때 지나온 학창시절 중의 기분들을 잊는 건 맞는거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경험했음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때의 시간들로 잠깐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남들이 몰랐으면 하던 창피한 달리기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랑에게 철수삼촌은 수만 년에 한 층씩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 하나를 보여주며 그 층에는 보물도 있고 버릴 것도 있다고.. 그걸 알게 되는 때가 올거라 말합니다.
철수와 함께 땅끝마을로 공룡발자국을 보러 간 이랑은 자기 생각들을 정리하게 됩니다.
제가 이랑처럼 여고생일 때 했던 고민들과 물음처럼 말이죠.

'난 달릴 줄은 알지만 세계에서 일등은 아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은 다 그렇다.
그렇다고 근사한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나는 어른으로 가는 길에 있다.
그 과정에서 지치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던 시시한 때를 기억하려고 한다.
누가 다닌 길이든 처음 가는 길이든 스스로 뭔가에 다다르기 위해 발을 내딛는 지금...,
내 작고 힘없는 발자국이 기특할 때가 있을 거라 믿는다.'
자기의 꿈과 자기가 무얼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이랑은 나레이션의 글로 그 고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풉니다.

아마 이랑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응원글이 되어줄 수 있겠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모세대의 감성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애틋한 추억으로 안내해 줄 책같습니다.
옛날에 보던 얄개만화같은 재미도 있고 맑고 감성적인 느낌도 있고요. 
그 시대로 옮겨 놓은 듯 사실적이면서도 계절감이 느껴지는 섬세한 디테일의 그림은 아직 못본 영화가 어떤 영상미를 갖고 있을지 호기심을 부추겼어요.
전체관람가 영화라고 하니 조만간 우리 식구 다 함께 이 영화는 꼭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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