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와 사소한 걸로 서로 화를 내고 토라질 때가 있어요. 아주 사소한 틀어짐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도 하고 '미워'하며 자기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데요,, 어른이나 아이나 '싫다' 소리에는 민감해지고 또 때론 그것이 상처가 되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그림책 속 아이도 음식을 먹으면서 투정을 부리다 혼이 나기라도 했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뒷 페이지에 아이 뒤로 있는 엄마의 큰 그림자가 위압적인 걸 보면 엄마가 아이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상황일지 짐작할 만 하지요. 아이에게 화를 냈는지 잔뜩 풀이 죽은 아이는 자기 방으로 혼자 올라가 곰 인형을 안은 채 잠이 들어요. 그런데 침대 아래로 떨어진 곰 인형이 어느 순간 몸집이 큰 곰으로 변하더니 아이를 깨웁니다. 잠결에 놀란 아이는 곧 곰을 알아보고.. 곰을 따라 숲속으로 가지요. 낯선 곳이지만 아이는 그곳에서 만난 동물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아요.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곰이 내내 곁에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고 두려움마저 듭니다. 작은 곰돌이 인형이지만 아마도 아이의 사랑을 받으며 아이의 소곤거림과 비밀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였겠지요.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토라진 채 잠이 들었던 아이는 곰인형과 상상 속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잠에서 깨자마자 아이는 엄마를 찾지요. 엄마 품에 안겼을 때 아이가 하고픈 말이 무얼지 또 그마음은 어떨지 살짝 짐작됩니다. 안아주고 다독여주면서 아이의 마음을 들어줘야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또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 속 여행동안 아이는 자기 감정을 조절하고 이해하고 안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아마 엄마의 꾸중이나 가족간의 갈등이 자기를 싫어하고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잘못을 탓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알아갈 것입니다. [어젯밤에 뭐했니?]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랍니다. 글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당장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까 난감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게 합니다. 그리고 정해진 글이 없어서 그때마다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이런 글자 없는 책을 읽다보면 종종 아이가 먼저 보는 부분과 제가 보는 부분이 다르고 또 그것을 달리 느끼기도 하더라구요. 글자 없는 그림을 통해 아이의 생각, 아이와 동물들이 나눌 대화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색깔 속에 색이 담긴 그림들.. 단순한 듯 하지만 아이의 심리와 분위기를 풍기는 색감이 신기합니다. 어두우면서도 밝음이 있고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이 잘 어울리게 배합되어 어떻게 판화그림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염혜원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08년에 SCBWI(어린이책 작가 협회)가 주관하는 황금연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에 선정되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