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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뭐했니?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16
염혜원 지음 / 비룡소 / 2011년 8월
평점 :
염혜원 지음 / 비룡소
나는 음식을 먹다가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내 방으로 쫒겨났어요.
속이 상한 나는 내 친구 곰돌이를 꼭 껴안고 잠이 들었지요.
어, 그런데 곰돌이가 나를 톡톡 건드려 깨우네요.
나는 곰돌이와 손을 잡고 숲속에 갔어요.
그곳에서 만난 늑대 여우와 숨바꼭질도 하며 신나게 놀았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커다란 올빼미가 무서웠고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깨보니 내 옆에서 곰돌이가 자고 있었어요.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어요.
아이가 혼자 음식을 먹으면서 투정을 부리기라도 하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엄마가 아이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상황일지 짐작할 만 합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냈는지 잔뜩 풀이 죽은 아이는 자기 방으로 혼자 올라가 곰 인형을 안은 채 잠이 들어요.
그리고 곰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 아이는 그곳에서 만난 동물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지요.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자기를 보호해 줄 곰이 옆에 있지만 두려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작은 곰돌이 인형이지만 아마도 아이의 사랑을 받으며 아이의 소곤거림과 비밀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였겠지요.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토라진 채 잠이 들었던 아이는 곰인형과 상상 속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잠에서 깨자마자 아이는 엄마를 찾지요.
엄마 품에 안겼을 때 아이가 하고픈 말이 무얼지 또 그마음은 어떨지 살짝 짐작됩니다.
안아주고 다독여주면서 아이의 마음을 들어줘야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또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젯밤에 뭐했니?]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랍니다.
글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당장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까 난감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게 합니다.
그리고 정해진 글이 없어서 그때마다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이런 글자 없는 책을 읽다보면 종종 아이가 먼저 보는 부분과 제가 보는 부분이 다르고 또 그것을 달리 느끼기도 하더라구요.
글자 없는 그림을 통해 아이의 생각, 아이와 동물들이 나눌 대화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색깔 속에 색이 담긴 그림들.. 단순한 듯 하지만 아이의 심리와 분위기를 풍기는 색감이 신기합니다.
게다가 어떻게 판화로 표현한 것인지 궁금증도 생기더군요.
판화그림이라고 알려주고 아이들이 하기 쉬운 종이판화를 해보자 했어요.
오래 전에 종이를 덧붙여 판화를 찍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을 못하는 박남매^^;;
그래서 이러 저러 했었잖아~~ 하며 설명을 해주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더군요.
그러나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리기가 끝나면 '어떻게 해?', 오리기가 끝나면 "또 어떻게 해?" 하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 마지막에 찍기만 알아서 아주 열심이었어요.^^
판화그림을 하기로 하고 아이나 동물중에 하고 싶은 걸 골라보랬더니 규현이는 사자를, 유주는 곰돌이를 고릅니다.
서로 주인공을 할까 싶었는데 되레 주인공은 둘 다 사양하네요.
규현이는 만세하는 사자를, 유주는 곰돌이를 키다리로 그려놓았어요.
마분지에 그린 그림을 다른 마분지에 붙이고.. 눈이나, 코, 입, 귀도 따로 오려 위에 붙입니다.
평평한 마분지만 쓰는거 보다는 골판지를 활용해 무늬를 찍어보는 것도 좋을거 같아 아이들에게 내주었더니 규현이는 갈기를, 유주는 곰돌이의 귀를 골판지로 썼습니다.
규현이보다 한템포 속도가 빠른 유주는 규현이가 오리기를 할 때 모양을 잘라 붙이기 시작하고 규현이가 붙이기를 완성했을 적엔 이미 찍기를 하고 있었어요.
한 장 찍고 나서 물감을 새로 짜가며 쓱쓱~~
물감은 새로 짜놓는데 롤러로 문지르면 다 비슷비슷해지는 혼합색!! 유주는 덥다고 치마까지 벗고 찍기에 신이 났습니다.
유주의 속도에 조바심이 난 규현이는 유주에게 천천히 하라며 물감이랑 색지를 유주가 다 쓸거 같다고 볼멘소리도 하고요.
유주가 규현이에게 종이를 내밀며 양보하고 있는 모습도 사진에 있네요.^^
원판은 하나지만 똑같은 그림을 찍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판화라고 종이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도 찍을 수 있다 했더니 조만간 또 해보자 합니다.
사자와 키다리 곰돌이들은 색이 비슷하지만,, 색을 만드는 데 쓴 원래의 색은 제각각이에요.
아이들이 결과물보다는 물감을 가지고 마음껏 문지르고 찍으면서 즐거워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