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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매하고 우는 이유 ㅣ 맹앤앵 그림책 13
폴린 팽송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박정연 옮김 / 맹앤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폴린 팽송 글 / 마갈리 르 위슈 그림 / 박정연 옮김 / 맹앤앵
백삼십 마리의 양을 키우는 리암은 양털로 만든 스웨터를 인터넷에 파는 목동입니다.
어느 날 리암이 키우는 56번째 양이 전기 울타리에 너무 바짝 다가가 감전이 되었지요.
그날 저녁, 리암의 집 장롱 안에는 감전되었던 양이 숨어 있었고, 양은 감전된 덕분에 기억이 되살아났다며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수백만 년 전,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기 이전부터 이미 양들이 지구에 살면서 문명 세계를 만들었고 엄청난 과학의 발달로 달 위에 발을 먼저 내딛었노라고, 자동차와 전화, 감자튀김도 양이 발명한 거라 하지요.
하지만 온갖 공장들 때문에 지구는 오염되었고 거기에 제일 큰 양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통에 양의 선조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구요.
양들은 모든 문명을 불태우고 후대의 양들에게 '자연으로의 대 귀환'이란 시 - '매번 우둔한 정신으로 사용하면 기술은 하찮은 것. /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마세요. / 특히 어린이의 눈을 간직하세요.' -를 남기고 모두 자연으로 되돌아가 살기로 했다 합니다.
하지만 이 후 수백만 년이 흐르면서 양들의 뇌세포가 많이 없어지고 말하는 법도 모두 잊게 되어 시의 앞 글자인 '매'만 기억해 양들은 항상 "매"하고 운다지요.
양이 자기처럼 기억을 되찾은 양이 있는지 떠나고 싶다 하자 늘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던 리암은 이 56번째 양과 함께 길을 떠납니다.
양들은 왜 "매"하고 울까요?
그냥 그러려니 했던 일을 질문으로 받게 되면 '왜 그럴까?' 여러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엉뚱한 질문과 그 해답,,
그냥 넘기기엔 우리의 생존, 우리의 미래와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었네요.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게 '과학'으로 이루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문명의 진화는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목동인 리암은 자신이 만든 스웨터를 인터넷 판매를 하는 문명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요.
그리고 어느 날 감전된 양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듣게 됩니다.
과거 양들은 조금 더 편리한것, 조금 더 빠른 것을 찾는 사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과거의 문명을 뒤로한 채 말조차 잊고 살게 되었다고요..
더 나은 삶을 위해 만드는 문명이 우리에게 좋은 것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는 지난 봄 일본 후쿠야마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속수무책 당한 재해와 인명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문명의 개발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들이 어느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으로 다가올거라는 것이 예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인류보다 먼저 문명의 발달을 이룬 양의 이야기는 상상이지만 현실적인 상황과 맞물려 더 공감할 거리를 남깁니다.
앞으로 우리 인류도 양들처럼 자연으로의 대 귀환이란 시를 쓸 날이 온다면?
우리도 우리의 말을 잊고 앞글자만 외우며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가 아니었으면 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하는 방법, 거기에 자연의 행복까지도 뒤돌아봐야 할 때이지 싶습니다.
이 책의 표지는 파스텔톤의 하늘색과 하얀 제목글씨가 어울려 무척 산뜻합니다.
양의 털로 짠 보글이 '매'글자는 아주 재밌고 면지에는 귀여운 양 그림이 가득하지요.
표정이 재미난 양들과 시원시원한 삽화그림은 이 책이 전하는 어둡고 무거운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또 재치있게 잘 살려주는 듯 합니다.
'양' 그림을 무얼로 그려볼까 하다가 물풀을 이용해 비밀그림을 그려보자 했어요.
예전에 하얀 크레파스를 사용해 비밀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어.. 규현이는 "풀로 그린 다음 물감을 칠하는거냐?"고 묻습니다.
"글쎄~~ 일단 그림을 그리고 풀이 마를 때까지 비밀~~ "
'크레파스?', '싸인펜?', '색연필?' 아이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때론 재밌습니다.

연필이나 색연필을 쓰지 않고 바로 물풀로 그리자니 그림이 잘 안보인다는 규현, 유주.
하지만 보글보글 동글동글 하면서 규현이는 한 마리, 유주는 두 마리를 그렸어요.
규현이가 자기도 두 마리를 할 걸 그랬다면서 다시 해볼까? 하두만.. '그냥 큰 양이 더 낫겠다' 꽁지를 바로 내리더군요.
물풀이 마르기를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양들이 선풍기바람을 쐬고 우리는 맞은편에서 책을 보다 좀 졸았습니다.^^
비밀그림을 보게 할 재료는 바로 파스텔!!
규현이는 파스텔을 세로 방향으로 긋고 티슈로 문지를 때도 얌전히 세로로 하고 유주는 이색 저색 마구 칠하고 마구 문지르고 했어요.

파스텔로 문지르자 양 그림이 보이고.. 양의 다리가 다섯 개처럼 보인다며 규현이가 좀 아쉬워 했어요.
그래 엄마 양이라 가운데 쭈쭈가 있다 했더니 기분이 바로 풀립니다.
양의 얼굴은 색연필로 그렸어요.

양들 사이의 동그라미는 꽃이고 양들이 놀러갔다고 말하는 유주.
"깡총거리며 달려가는거 같다"했더니 규현이는 "양이 아니고 토끼같은데?" 하며 유주를 놀렸어요.
그래도 유주의 양들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