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도깨비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1
홍영우 그림, 서정오 글 / 보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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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 글 / 홍영우 그림 / 보리

옛날 남의 집의 품을 팔아 먹고 사는 가난한 농사꾼이 있었어요.
하루는 남의 집 일을 해주고 돈 서푼을 받아 오는데 난데없이 도깨비란 놈이 나타나 품 판 돈 서 푼을 꾸어달라 하지요.
내일 갚겠다던 약속대로 도깨비는 다음 날 저녁이 돼서 찾아와 돈 서푼을 두고 갑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날이면 날마다 이 정신없는 도깨비는 돈 서푼을 갚으러 오지요.
저녁마다 공돈이 서 푼씩 생기자 농사꾼의 돈괘엔 돈이 철철 넘치고.. 그덕에 금방 농사꾼은 잘 살게 되었어요.
하지만 한 서너 해 그렇게 살다보니 돈이고 뭐고 다 귀찮아져서 농사꾼은 도깨비를 떼어낼 궁리를 합니다.
세상에서 말 피가 제일 무섭다는 도깨비의 말에 농사꾼은 집 문 앞에다 말피를 잔뜩 뿌려 놓고 .. 이에 화가 난 도깨비는 농사꾼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돈을 사흘 동안  밤마다 마당에 돈을 던져 넣습니다.

옛이야기책에 도깨비가 많이 등장할 만큼 도깨비는 우리에게 제법 친근한 존재입니다.
생김새가 좀 괴팍해보여 처음엔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착한 이에겐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는 벌을 내리는 권선징악의 수행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지요.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돈을 꾼 것은 알고 갚은 줄은 모르는 그야말로 '정신없는'도깨비라지요.
어젯밤, 오늘밤 그리고 내일도 찾아오는 도깨비.. 이런 어수룩한 도깨비를 저라면 미워하지 않을거 같은데요..
몇 년째 매일같이 찾아오는 도깨비에게 돈이 제일 무섭다 하는 농사꾼의 말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붉으스름한 몸에 더벅한 머리, 부리부리한 왕눈과 짐승처럼 큰 발을 가진 도깨비, 농사꾼을 중심으로한 담백한 배경 그림들은 볼거리를 주고 구수한 구어체의 글들은 그야말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 우리 옛이야기 답습니다.

시골에서 옥수수가 와서 쪄먹고 구워 먹고.. 원없이 먹고 있는데 유주가 옥수수대로 도깨비를 만들어보자 하더군요.
그래서 허수아비처럼 '인형을 만들까?' 했더니 옥수수대에 물감을 찍어 해보자 합니다.

전지 위에 유주가 눕고 규현이가 모양을 본 따 그렸어요.
물감을 풀어 붓으로 옥수수대에 칠을 해 찍었는데.. 나중엔 붓없이 곧장 물감에 토닥여 찍더군요.
피부가 울퉁불퉁해 보이는 추남도깨비..^^ 

더벅머리는 옥수수 수염을 놓아 꾸미고.. 책에 없는 도깨비 뿔은 옥수수 속깡 끝 뾰족한 것을 올려 꾸몄어요.
규현이가 옥수수 껍질을 잘라 눈썹을 칠하는 동안 유주는 옥수수껍질로 도깨비의 옷을 만들어 주고 도깨비의 코는 규현이가 옥수수 깍지 끝을 잘라 놓았어요.
활짝 웃고 있는 도깨비의 입에는 옥수수 이빨들이 듬성듬성 붙었습니다.

"도깨비는 원래 좀 치렁치렁해~~" 하며 유주가 도깨비 귀에 귀걸이를 그리려고 하는 참에 규현이의 결사반대로 귀걸이는 생략되었어요.
대신 도깨비의 맨발엔 신발을 신겨 주어도 좋다고.. 그래서 껍질로 만든 신발이 놓여졌습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노래를 부르다가 방망이를 빠뜨렸다며 도깨비 손에 옥수수대를 주었고
'소원을 이뤄주는 방망이가 있다면?' 유주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이 되게 해주면 좋겠다 했어요.
규현이는 숙제를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요..^^

팔 다리는 늘씬한데 배가 볼록나오고 얼굴도 좀 어리숙해 보이는 도깨비입니다.
어쨌든 이 정신없는 도깨비,, 언제 한 번 저에게도 좀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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