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로누푸 섬의 여우 담푸스 그림책 5
다카하시 히로유키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담푸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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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히로유키 글. 그림 / 김난주 옮김 / 담푸스

저 멀리 북쪽 바다에 치로누푸라는 작은 섬이 있었어요.
전쟁이 한층 격렬해진 어느 해, 자작나무 숲 조그만 동굴에서 아기 여우 두 마리가 태어났지요.
오빠 여우는 건강하고 기운차게 자랐고 동생 여우는 엄마만 찾는 어리광쟁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여우는 산 아래로 내려 왔다가 해마다 섬에 와서 물고기를 잡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생 여우를 귀여워하며 목에 빨간 리본도 달아주고 아이 돌보듯 데리고 있다가 가을 무렵이 되어 섬을 떠나면서 아기 여우를 숲으로 돌려 보냈어요.
그러나 가족을 만난 기쁨도 잠시, 군인들이 쏜 총에 오빠 여우는 죽고 엄마 여우도 크게 다리를 다쳤어요.
게다가 동생 여우는 덫에 걸리고.. 쫓아오는 군인을 유인하려던 아빠 여우도 군인들의 총에 죽고 말았습니다.
다친 다리를 끌고 동생 여우에게 먹잇감을 가져다주던 엄마 여우도 추운 겨울이 되어 더 이상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었고.. 하얀 눈이 내리던 날 엄마와 동생 여우 위로 눈이 끝없이 쌓여갔어요.
전쟁이 끝나기까지 몇 번의 봄이 바뀌고나서야 섬을 다시 찾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작나무숲 근처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봄맞이 꽃을 보았어요.
그리고 커다란 꽃무리와 조그만 꽃무리가 나란히 피어 있는 곳에 잔뜩 녹이 쓴 쇠줄과 빨간 리본같은 봄맞이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언덕 위에 한없이 서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여섯 살 유주가 "이건 너무 슬프다"하며 아기여우들이랑 엄마아빠 여우가 모두 죽은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전쟁'이란 것에 대해 어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 설명 대신 그 답을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책 같아요.
이 책에서는 흔한 무기나 폐허, 전쟁의 공포 등 직접적인 전쟁의 묘사없이  전쟁이 가져올 수 있는 아픔을 여우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전쟁을 직접 체험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그린 것이라 하네요.

아기 여우를 어린 아이 돌보듯 하는 노부부와 자신들의 먹이로밖에 보지 않고 총을 겨누고 덫을 놓는 군인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파괴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노부부와 여우가족이 살던 평화로운 섬,하지만 군인들이 들어온 후더 이상 그들이 살아갈 수 없게 되었는지 아이들에게 조금 더 그 속깊은 사정을 설명해야 하지만 어린 여우들의 처참한 죽음과 가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아빠 여우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자식을 품는 엄마 여우의 모습은 가슴 찡한 슬픔과 감동을 남깁니다. 

따뜻한 노란빛의 표지에서부터 본문의 담백한 연필 그림은 잔잔
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소박하고 곱게 핀 봄맞이꽃은 오히려 애틋한 슬픔을 가진 듯 합니다.
여우 가족의 슬픈 결말로 피어난 봄맞이꽃!!
전쟁은 과거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로 남아 공존하는 것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의 독후활동으로 유주가 표지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어요.
여우 가족이 오손도손 정답게 있는 모습이 노랑과 연두 바탕색처럼 환하고 행복해 보이는 표지그림입니다.
마침 색지가 노랑색이 있어 유주에게 주었고.. 유주도 그 위에 여우 가족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다른 책을 보고 있던 규현이.. 유주의 그림을 보곤 "여우가 개처럼 생겼는데??"하네요.
"늑대랑 여우가 개과일걸?? 여우의 먼 조상이 개일거야~~"하고 말했더니 유주도 그런거 같다고요.. ㅋㅋ

관심없는 척 하더니 유주가 초록 들판을 칠할 적에 색연필을 잡으니 규현이가 크레파스를 뉘어 칠하면 어렵지않게 할 수 있다고 일러주면서 함께 색칠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학교에서 아이들이 예쁘게 꽃접기를 해 꾸며놓은 게 생각나 규현이한테 유주에게 수국접기를 알려주라고 했어요.
기억이 잘 안난다는 규현이,, 제가 옆에서 일러주니 다시 생각난다며 자기가 접은 것엔 이름도 적고..^^
접은 꽃은 아이들이 여우가족이 뛰노는 곳에 붙여주었어요.
눈처럼 하얗게 피었던 봄맞이 꽃이 유주의 그림속에선 환한 색의 꽃들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완성한 그림을 벽에 붙이려니 유주가 구름과 햇님을 그리면 더 좋겠다고요..
구름도 여우가족처럼 네 식구가 되어 둥둥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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