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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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탕이라는 책 제목이 아주 예사롭지 않지요?
초록색 네모난 때타올을 들고 있는 한 아이와 빨갛고 까만 배경색이 제목을 한층 더 실감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두려움보단 웃음이 났어요.
과거, 평범했던 여러 기억 속에 한 기억을 끄집어 낸 듯한 기분도 그렇지만, 그림책속에 보이는 작가의 재치에 빠앙 터지는 웃음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아이는 엄마에게 붙들려 목욕탕에 갑니다.
지옥탕이라고 크게 쓰여진 목욕탕 이름이 이 책의 내용을 살짝 짐작케 하는데...
아이는 탈의실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나고부터 맘이 편치 않고 뜨거운 김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소란스러운 목욕탕 안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뜨거운 탕 안과 매운 샴푸, 그리고 엄살로 넘겨버리는 엄마의 거친 때밀이까지..
아이 눈에 엄마는 팔이 여덟 개나 달린 무시무시한 '지옥의 손아귀'이지요.   

이 책에서는 누구나가 경험하고 공감했음직한 삶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그려졌어요.
목욕탕이라는 특별한 공간처럼 아주 꾸밈이 없고 솔직하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은 아이의 시선으로 희노애락이 되어 그려집니다.
일기처럼 쓰여진 간결한 글과 솔직한 문체는 아이의 순수한 표현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고요.

목욕탕 가는 것이 지옥에 간 거 마냥 넘 괴로운 아이의 마음이 찡그리고 눈물을 쏟고 괴로워하는 모습의 그림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목욕탕 가는 것이 그렇게 싫었어??" 하고 묻고 싶을 만치 그림책 속 '나'의 모습과 표정은 유난히 더 눈에 띕니다.
굵은 선으로 그려진 인물들과 간결한 배경그림과 마치 어린 아이가 그려 놓은 듯 단순해 보이는데 그림책 중간 노랑과 초록 때타올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서는 작가의 재치에 웃음이 절로 났어요.
그리고 두텁게 칠해진 크레파스의 혼합색은 아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합니다.
어둡고 붉었던 지옥탕에서의 아이는 향긋한 비누와 따뜻한 물로 몸을 헹구고, 보송보송 잘 말리면서 지옥에서 나온 듯 말간 배경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바나나우유 한 병 앞에 바나나 우유처럼 노란 기분으로 만세를 부르며 신이 났지요.
지옥탕이 다시 목욕탕이 되고 아이는 '목욕도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목욕탕을 나와 즐거운 표정으로 집을 향하는 그림책 속 아이를 보면서
문득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이런 맑음으로 이런 깨달음으로 이 순간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처음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던 일들이.. 점차 할 만한 그럭저럭 괜찮은 일들로 여겨질 때가 많겠지요.
우리 삶의 한 부분, 목욕탕!!
덥고 뜨겁고 매웠던 목욕탕은 이제 한 번씩 가서 시원히 지지고 싶은 곳이 되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목욕탕을 다닌 경험이 별로 없어서 "목욕탕이 지옥탕이야?"하고 묻더군요.
"엄마 어릴 적엔 목욕탕이 지옥탕이기도 했지!"하고 대답하면서 언제 한 번 지옥탕을 느끼게 해줘야지 하는 장난스런 맘이 들었어요.
담에 목욕탕에 가면 아마 입구서부터 아이들이 지옥탕이라며 깔깔 웃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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